'채비', 이별에 마주하게 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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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 이별에 마주하게 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 승인 2017-10-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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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채비'스틸컷

이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채비'는 엄마와 아들, 모자지간의 헤어짐을 섬세하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감동과 먹먹함을 안겨줄 준비를 끝마쳤다.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김성균 분)와 그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 분)이 머지않은 이별의 순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엄마와 남들과 조금 다른 자식이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 익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채비'는 어딘가 다르다.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억지로 슬픔을 끄집어 내려는 시도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따뜻함과 유쾌함 두 가지가 공존할 뿐. 

이 영화는 감독이 4년 전, 80대 노모와 5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했다. 방송 말미에 노모가 아들에게 남긴 "엄마랑 한 날 한 시에 꼭 같이 죽자"라는 메시지가 영화 속 대사로 고스란히 담겨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애순은 억척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대한민국 엄마'. 지적장애를 가진 인규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러던 어느 날, 단순히 수전증인줄 알았던 손이 급격하게 떨려오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방문한 병원에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애순은 지적장애를 가진 인규의 앞날을 위해, 그리고 언젠간 다가올 이별을 위한 채비를 시작한다. 

엄마 애순과 계란 프라이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행복을 가진 인규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프로 사고뭉치'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면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면서 애교를 부리는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애순의 잔소리가 늘어나면서 인규는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릴 때부터 관심을 보였던 제빵과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인사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그렇게 인규도 엄마 품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한 걸음씩 걸어간다.

아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두심과 김성균이 보여주는 '모자(母子) 케미'는 단연 관전 포인트다.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과 호소력 짙은 열연은 관객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다가와 공감을 일으킨다. 앞서 감독이 "실제로 3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모자 지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전한 것처럼 두 사람은 공을 주고받는 듯한 완벽한 호흡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고두심과 김성균의 섬세한 연기 표현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신을 믿지 않는 애순이 예배당을 찾아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고두심의 45년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해 슬픔을 극대화시킨다. 김성균 또한 자기 의사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인규를 가볍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려내며 디테일하게 완성해냈다. 특히 두 사람과 제작진들은 직접 장애복지재단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 영화가 주는 의미에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엄마'는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다.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는 엄마와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한 번쯤은 우리에게도 찾아올 우리의 이야기. '채비'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우리네 이야기에 진심의 무게를 더해 공감과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 '채비'는 오는 11월 9일 개봉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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