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66. 살인의 용의자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66. 살인의 용의자

  • 승인 2018-01-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들을 보러 마탁소와 함께 라이덴 연구소를 찾은 송원희는 순원의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 안았다.

원희는 그때 나리코를 처음 보았다.

꿈에 보았던 그 이미지의 아가씨. 바로 그 아가씨였나 싶었다.

꿈을 생각하면 불길한 생각이 또 마음을 덮는다.

꽃이 빨아 버리던 순원과 나리코의 손.

그렇지만 순원이를 본 어머니는 침착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냐? 그리고 옆에 있는 아가씨도 괜찮고?"

순원은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했고, 나리코는 쑥스러움과 어색함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영문을 몰랐던 송원희는 아들로부터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들었다.

플라워텔레스코우프가 무언지, 튜라플리네스가 무언지, 간신히 이해를 해가면서 송원희는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절실함에 원희는 끝없이 설명을 되묻곤 하였다.

나리코도 시간이 가면서 점차로 원희와 말을 건네게 되고 순원의 설명을 거들었다.

쉬뢰더씨의 범인은 튜라플리네스였다.

그렇지만 경찰은 얼른 납득을 하지 않았다.

꽃의 향기가 사람을 죽인다?

여기에는 무언가 연구원들의 비밀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그들의 추측이었다.

한국의 방휘곤 원장과 박원순 연구원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하고 싶었지만 범인 인도와 관련하여 한국 대사관측은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우선 순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선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탁소의 속수무책.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그칠 뿐 이번 일에 참으로 무력한 스스로에 대해 화가 날 뿐이었다.

순원은 정식 연구원도 아니고 단지 단기간 연구보조원일 따름 아닌가.

정작 해답을 가지고 있을 22세기 미래연구소 연구원들은 다 빠지고 애매한 순원이만 닥달 당하고 있는 상황이 억울하기도 했다.

자식을 외국에서 출금당한 어머니 원희는 거의 정신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사태는 간단치 않았다.

네덜란드에 온지 3일째 되는 날.

순원, 나리코 그리고 마탁소와 송원희가 면담을 하고 있는 연구소로 경찰관 푈더가 찾아왔다.

그는 주위를 살피고는 마탁소를 불렀다.

통역을 통해 푈더는 마탁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송원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더니 작은 소리로,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만, 마순원군을 체포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부인께서 충격을 받으실 테니 적절히 조치를 취하신 뒤에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 네덜란드 범죄과학연구소(NFI)에서 온 통보에 의하면 튜라플리네스는 쉬뢰더씨 사망의 범인이 아니라는 것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용의선상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체포하여 조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순원군과 미국인 제프, 그리고 라이덴 연구소의 몇몇 연구원들입니다만, 일본인 나리코는 용의선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마순원 군의 체포이유는 어쨌든 튜라플리네스와 사망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통보되었기 때문입니다."

수갑
마탁소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튜라플리네스가 범인이 아니라면서 왜 순원이가 체포된다는 말인가.

경찰관의 답변은 이러했다.

"범죄과학연구소의 통보에 의하면 튜라플리네스의 향기에는 확실히 독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쉬뢰더씨의 심장에서도 그러한 독성에 의한 심장마비란 것이 밝혀졌지만, 독의 성분과 치사량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쉬뢰더씨의 사인은 독물 중독은 틀림없으나, 튜라플리네스의 독만으로는 아니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른 독의 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튜라플리네스의 개발 과정과 생장 과정이 정밀하게 조사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어쨌든 사모님 앞에서 아들을 체포하는 모습은 저희들도 원치 않습니다. 적절히 조치를 취하시고, 상관없다면 저희들로서는 이대로 영장을 집행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마탁소는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에 옆에 있는 책상 모서리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우성을 친들 소용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기는 만리타국 네덜란드라는 땅이다.

그는 송원희를 불렀다.

그는 밖으로 나와 연구소의 뒤편 벤치로 송원희를 데리고 갔다. 순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푈더는 마탁소가 부인을 데리고 나가자 영어로 체포에 따르는 미란다원칙을 중얼거리며 순원에게 다가가 수갑을 채웠다.

갑작스런 상황에 순원과 나리코의 얼굴은 푈더의 얼굴 보다 더 하얗게 변했다.

나리코를 뒤로 하고 순원이 푈더의 경찰차에 태워질 적에 아버지 마탁소도 어머니 송원희도 보이지 않자 순원은 몸부림치며 항의하였지만, 모든 것은 공허하기만 하였다.

마탁소가 아내 송원희에게 순원이 체포된 이야기를 하자 송원희는 마탁소의 팔에 안겨 실신하고 말았다.

마탁소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가 꽃박람회 조직위원회에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자 조직위원회 역시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제 꽃박람회 개최 전 한 달 남짓.

가장 중요한 직책인 회장조성부장이 아들 문제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하면서 튜라플리네스와 플라워텔레스코우프에 관한 모든 매체를 통해 선전하였는데, 이제 와서 그 두 가지 킬러콘텐츠가 전시 불능의 위험에 처한 것이다.

플라워텔레스코우프의 소유자 나리코가 언제 네덜란드에서 풀려날 지 아무도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꽃 박람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홍보 내용에서 제외시킬 것인가의 여부를 논의해 보았지만, 이 또한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안면도 꽃박람회의 이미지가 마치 음산한 살인 꽃의 전시에 결부된 것 같아 조직위 직원들의 얼굴 모두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탁소는 아내 송원희와 타국에서 체포된 아들을 두고 꽃 박람회의 일 때문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대책없이 네덜란드에 머무를 수만도 없어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아내 송원희는 순원이를 두고 절대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다고 절규하였다.

송원희는 말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우리 순원이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그 꽃이예요. 그 꽃의 저주예요. 그 꿈이 잊혀지질 않아요.

그 튜라뭐라 하는 그 꽃이 순원이의 손을 물어 뜯더라니까요……."

다시 하루가 갔다.

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마탁소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 봐야겠소."

"순원이는 어떻게 하고요?"

"나도 모르겠소. 일단 한국에 가서 외교부나 22세기 미래연구소 사람들과 얘기를 하겠소. 그리고 내가 이렇게 있으면 안면도 꽃박람회는 큰일이요. 더 이상 네덜란드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소이다. 오늘 나는 한국으로 갈까 하오."

불안함과 서운함이 송원희의 얼굴 가득히 서렸다.

그녀의 말에 가시가 돋았다.

"당신은 아들보다 꽃박람회가 더 중요한가 보구료."

마탁소가 얼굴의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이해를 못하오? 나는 공무원이오."

"공무원은 자식도 가족도 없답니까?"

"그렇지만 어쩌겠소. 내가 여기 있다고 순원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더구나 꽃박람회는 내일 모렌데……."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이제까지 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죽어도 못떠나요. 순원이하고 같이 죽고 같이 살래요. 당신은 그저 공무원 하고 살고 공무원 하고 죽구려."

마탁소는 아내의 넋두리에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통하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아무 의지없는 아내 혼자 두고 내가 어떻게 한국으로 갈수 있겠나'

마탁소는 고통스러웠다.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빠지던 그가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고 가방을 들었다.

"미안하오 여보. 한국에 가야 하오. 내가 없으면 꽃 박람회는 안되오."

아내를 외면하며 그는 방을 나섰다.

한국으로 향하는 그의 어깨와 발걸음에 얹혀지는 송원희의 시선은 더욱더 그 무게를 가중시켰다.

남편도 아들도 다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송원희는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송원희의 얼굴에 결연한 어머니의 눈빛이 서렸다.

롯지를 나와 라이덴연구소로 향했다.

나리코, 나리코를 만나야 한다.

순원이를 살려야 한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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