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27. 오드리 햅번이 허룽허룽 살았더라면

  • 문화
  • [유머]아재개그

[만약에] 27. 오드리 햅번이 허룽허룽 살았더라면

파렴치 교수가 저지른 대학브랜드 가치 훼손은 어쩔 건가?

  • 승인 2018-03-06 10:5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통팔달의 관문인 대전역.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을 지나 대전역 앞으로 나오자면 모 대학의 광고판이 맞는다. 이 같은 대학의 광고는 비단 대전역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방송과 신문은 물론이거니와 시내버스의 외부광고까지 하는 대학(교)들도 부지기수다.

대전 소재의 모 대학은 출.퇴근 시마다 그 앞을 시내버스를 타고 지나게 된다. 그래서 잘 아는데 그 대학은 캠퍼스는 물론이요 정문 밖까지 광고를 아예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대학의 브랜드 가치는 실로 중요하다.



다른 대학은 몰라도 자타공인 우리나라 제일의 대학인 서울대는 얼추 광고를 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으뜸의 대학'으로 간주되는 까닭은 소위 우리나라 천재들이 모두 인정하는 때문이다.

이런 관점과 맥락에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라는 파렴치 교수가 저지른 대학 브랜드 가치 훼손은 어쩔 건가!' 라는 생각이다. 청주대학교는 '민족사학 70년!'을 표방하고 자랑하는 대학이다. 이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건학정신'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눈길을 끈다.



- "교육구국" - 우리나라가 독립을 하려면 민족의 힘을 길러야 하고, 힘은 배움으로 구할 수 있다. 본교 설립자는 김원근(1886~1965), 김영근(1888~1976) 선생 형제분이고 대학의 모체는 1924년 출범한 청석학원이다.

설립자 형제분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피와 땀으로 큰 재산을 모았으나 이를 모두 인재양성 사업에 바친 육영 선각자이다. 형제분은 일제치하에서 우리나라가 독립을 하려면 민족의 힘을 길러야 하고 힘은 배움으로 구할 수 있다는 '교육구국'의 신념으로 육영의 횃불을 들었다.

이 이념이 광복 후 '교육입국' 정신으로 이어져 본 대학교가 탄생하였으며, 오늘날 청석학원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7개교에 이르는 육영의 대전당이 되었다. 본교는 이러한 설립자의 구국정신을 바탕으로 애국·근면·자립·봉사·준법의 교육지침을 세워 성실한 인간도를 닦고 '홍익인간' 이념을 구현, 민족문화 창달과 인류공영에 이바지해 가고 있다." -

이렇게 '자랑스런' 청주대가 이른바 '조민기 파문'으로 인해 2월 23일 치러진 전기 학위수여식에 연극학과 학생들을 참석시키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별도 졸업식을 열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육책의 졸업식을 치른 건, 연일 터지고 있는 '조민기 성추행 폭로 글'로 말미암아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사실 하이에나처럼 항상 뉴스에 굶주려 있다. 따라서 청주대 캠퍼스에 연일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하니 필자가 그 대학의 총장이었더라도 똑같은 선택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었다.

따라서 조민기는 청주대의 위상까지를 깎아내린 부도덕한 교수로까지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배우 조민기와 교수 조민기는 같은 선상에서 항상 처신에 조심 또 조심을 생활화해야만 했다.

배우든 교수든 품평이 나쁘게 나면 시청자들로부터는 배척을, 학생들로부터는 무시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민기에 대한 비난과 성토는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학생들도 가세하면서 더욱 점입가경 모양새다.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과 졸업생 38명은 2월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모든 동문에게 고통을 안겨준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함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피해 사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등한시했던 지난날의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음을 고통스럽게 시인하며,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도 했다.

개인적으로 사재를 털어 교육사업을 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고 좋겠지만 일시적 베풂은 평생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사업과는 차원부터가 다른 법이다. 청주대학교의 건학 정신 역시 분명 이를 기반으로 했을 것이리라.

한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더니 꼭 그 짝이다. 또 다른 배우 겸 교수인 조재현은 자신의 성추행 보도에 즉각 죄송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조민기는 여전히 '침묵 모드'로의 연장이다.

이런 행보가 계속된다면 국민과 네티즌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더욱 확산될 거라는 건 상식이다. 조민기처럼 비난의 과녁이 된 배우가 있는 반면 존경받는 배우들도 많다. 이를 모두 소환할 순 없기에 외국 여배우인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 : 1908년~2002년)만을 초대한다.

오드리헵번
오드리 헵번
미국의 배우였던 그녀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에서 주연으로 열연하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샤레이드> 등에서도 주연을 맡아 '현대의 요정'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오드리 햅번은 배우로서도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장기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인류애를 실천한 노년의 그녀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때문에 그녀는 배우가 어찌 살아야만 영원히 살아남는가... 까지를 새삼 각인시킨 인물이랄 수 있다. 만약에 그녀가 경거망동과 함께 마약이나 맞는 등 따위로 허룽허룽 아무렇게나 살았더라면 뉘라서 그를 기억할까!

동물 중에서 웃을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했다. 배우는 시청자와 관객들이 웃고 울게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질병은 삶의 결과물이듯 손가락질 받는 배우 역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업보(業報)를 받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탈무드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12가지>가 눈길을 끈다. 먼저 '돌'이 있다. 하지만 돌은 '쇠'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진다. 쇠는 '불'에 녹여지며 불은 '물'에 의해 꺼진다. 물은 '구름' 속에 흡수되어 버리며 구름은 '바람'에 의해서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다.

그러나 바람은 '사람'을 불어 날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두려움'에 의해서 무너진다. 그 공포는 '술'에 의해 잠시 잊혀질 수 있지만 술은 '잠', 즉 수면(睡眠)에 의해서 제거된다. 그렇지만 수면 또한 '죽음'만큼 강하지는 못 하다.

그런데 그 죽음조차도 '사랑'만큼은 이기지 못한다는 게 이 문구의 핵심이다. 배우는 그처럼 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이다. 때문에 거개의 배우들은 일거수일투족조차 강을 건너는 것처럼 매사에 조심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대저 사람은, 더욱이 관객은 배우의 긍정적 모습보다는 부정적 이미지와 실체를 더욱 또렷이 기억한다. 우리 속담에 '물은 깊을수록 소리가 없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또한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행복은 곧 '사랑'이라는 걸 간파할 수 있다. 배우의 수입은 출연료가 압도적이다. 그러자면 다작(多作)에 출연하는 게 관건이다.

그 출연 빈도의 핵심 또한 관객의 사랑임은 불문가지다. 배우가 더욱 사랑을 받고자 한다면 '팃포텟 전략(tit-for-tat strategy, 보복전략)'에도 능수능란해야 옳다. '팃포탯 전략'은 캐나다의 행동과학자 아나톨 래퍼포트가 고안한 게임 이론이다.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팃포탯 전략을 최적의 전략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미국 미시간대학 교수인 로버트 액설로드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관계인 A와 B 두 용의자가 격리된 상태에서 심문을 받을 경우, '자백(배반)'과 '묵비권(협조)' 중 각자에게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따져보는 게임이다.

예컨대 범죄 피의자 중 둘 다 묵비권을 선택하면 각자 1년형, 둘 다 '자백'을 선택하면 각자 3년형이라고 치자. 둘 중 한 명만 '자백'하면 자백한 쪽은 석방되고, '묵비권'을 한 쪽은 5년형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가장 우월한 상황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A, B 모두 '묵비권'을 선택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한 상황에서 A가 '묵비권'을 선택했을 때 B는 '묵비권'을 선택했을 때보다 '자백'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그러니까 이를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협력자에게는 협력하되, 배신자는 응징해 협력자를 최대한 늘리면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논리다.

결론적으로 조민기는 배우로서도 교수로서도 다 실패했다. 배우 엄태웅은 지난 2016년 8월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동안 쌓은 호감의 이미지마저 송두리째 무너졌다. 4개월 만에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었으며 이후로도 활동을 자제해오고 있다.

한데 그보다 '죄질이 높은' 조민기는 아예 사과조차 않고 있으니 그의 후안무치가 계속하여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