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용기에 앞선 리더의 겸손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 용기에 앞선 리더의 겸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3-28 06:48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제부터였을까? 똑바로 주차를 했다고 믿고 차에서 내려 보면 이상하게도 차가 삐뚤게 주차되어 있는 것을 곧잘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횟수가 점점 증가됨을 느낀다. 처음에는 주차선이 잘못 그려졌거나 옆 차량이 삐뚤게 주차된 것으로 나름 생각해 보기도 하였지만, 확인해 보면 공연히 이름 모를 차량 운행자만 죄 없이 오해한 형국이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나이 먹음에 따른 주차 실력과 공간 인지력의 저하, 그 이하나 그 이상도 아님에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남이 아닌 내가 문제였고, 내가 부족한 것이었다. 단지 이 명확한 사실을 깨닫지 못 한 무지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진실을 가린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과 판단만이 옳고, 타인의 그것은 틀렸다고 여기는 정말 '틀린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겸손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판사가 법대에 앉아 바라보는 세상은 심판권자와 심판대상자만이 존재한다. 그곳에는 심판권자로서의 권위와 엄격함 그리고 판단의 무오류성과 같은 단어들만이 횡행할 뿐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 판사조차도 비록 훌륭하고 능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안전한 존재인 나약한 인간일 뿐임을…. 그렇기에 판사의 판단도 때로는 틀릴 수 있음을, 오판이 있을 수 있음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겸손하라고, 함부로 남 훈계하지 말고, 그저 법에 주어진 권한 행사에 따른 결과물인 판결로만 말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 세상에 틀린 것은 없고, 단지 다름만이 있다는 다원주의적 사고가 유행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다름'과는 다른, '옳고 그름'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다름' 만연의 사회에서 옳은 것은 옳은 것이요,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고 과감히 선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탁월한 분별력과 용기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산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여 그 누군가는 반드시 이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만 한다. 이들이 바로 리더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리더의 통찰력과 용기가 없다면 공동체의 전진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용감하게 옳고 그름을 말해 줄 수 있는 리더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하고, 그 판단과 결정을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리더에게는 그 통찰력과 용기에 앞서 반드시 먼저 돌아볼 일이 있다. '혹,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오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이야말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통찰력 중의 통찰력이요, 용기 중의 용기가 아닐까? 이 겸손 품은 자들이 리더로 활동하는 곳에 상호 존중과 약자 배려의 정신이 깃들 수 있다. 그 결과는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이다. 하지만 어쩌랴. 불행하게도 리더가 유능하면 할수록 본인의 부족함과 오류 가능성을 깨닫는 겸손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네 세상 이치이다. 유능한 리더일수록 더욱 더 성찰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여, 잊지 말라. 그대는 뛰어날 수는 있지만 완전한 존재는 결코 아님을….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2.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3.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4.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5.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1.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2.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3.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4.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5.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대전의 고등교육 혁신 체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로 개편해 첫 성과평가에 나선 가운데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양성과 국가대표 거점국립대 육성, 사립대 특성화 사업도 본격 추진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들어섰다. 1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두 기관은 전날 국가철도공단 대강당에서 '2026년 앵커 연차점검 및 초광역 인재양성 기본계획 설명회'를 열고 연차점검 추진 방향과 신규 사업 계획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라이즈를 앵..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