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2. 예상된 공유지의 비극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2. 예상된 공유지의 비극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출근하노라면 스타벅스 커피숍을 지나게 된다.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매장인지라 항상 차량들이 줄을 서 있다. 한 잔에 5천 원 이상 하는 고가의 커피를 필자는 마시지 않는다. 아니 못 마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 돈이면 짜장면 내지 짬뽕을 먹을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앞서는 서민인 까닭이다. 반면 서울 사는 딸은 집에만 오면 그 커피숍을 단골로 간다. 그래서 하루는 아내가 "커피 값이 아깝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딸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사람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인지라 기호식품 역시 천차만별(千差萬別)일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 커피 대신 평소 소주를 즐기는 필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병당 4천 원인 소주를 식당에서 두 병만 마신다손 쳐도 금세 8천 원이 청구되니까.

1월 11일자 한국경제에서는 <화장실 인심 잘못 썼다가…스타벅스 '공유지의 비극'> 기사를 실었다. 내용인즉, 스타벅스가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한 뒤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10일(현지시간) 스타벅스가 지난해 5월 화장실을 개방한 뒤 불분명한 이유로 화장실 문을 잠가 놓거나 청소 중이란 이유로 출입을 막아놓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이에 한 스타벅스 직원은 "모든 사람이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한 결과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예상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되고 만다는 걸 경고하는 개념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점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초지에 울타리를 치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다.

공유지의 비극과 유사한 우화로 '구명선에서의 생존'이 있다. 열 명 분의 식량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구명선에 열 명이 타고 있는데 어떤 한 사람이 구원을 요청했다. 이때,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구명선 자체를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이라는 걸 말하기 위한 예시(例示)다.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 건물은 그동안 24시간 개방했다. 그러다가 서울의 아현동 통신구 화재 이후 화들짝 놀란 경영진에서 오후 8시30분부터 이튿날 05시까지 폐문을 지시했다. 덕분에 '공유지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놓고 있는 즈음이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공유지의 비극이 있다고? 그렇다. 사실이다! 이제부터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24시간 개방하는 건물이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했다.

그런데 대낮과 달리 밤(夜), 특히나 자정 무렵이라든가 새벽 즈음에 들어서는 이들의 대부분은 취객(醉客)이었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 용변을 보면서도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 건 기본옵션이었다.

금연표지가 선명함에도 아랑곳 않고 흡연하여 담배연기가 꾸역꾸역 올라오는 건 여자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구토를 하곤 뒤처리를 안 한 사람들도 부지기 수였다. 공짜라고 화장지를 어찌나 낭비했는지 양변기가 막혀 수리한 적도 비일비재했다.

그처럼 골머리를 앓게 하는 바람에 이제는 일정시간이나마 출입자를 통제할 수 있어 여간 다행(多幸)이 아닐 수 없다. '공유지의 비극'과 유사한 것으론 '깨진 유리창 법칙'을 들 수 있다.

평소에 자주 지나던 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상점의 쇼윈도에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그 다음날에도 그 깨진 유리창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빌딩 주인이나 관리인이 그 건물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마저 돌을 던져 그 유리창을 깨도, 어느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든다는 이론이다.

이런 생각이 이심전심(以心傳心)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된다면 그야말로 무법 상태에서 모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가 지난해 5월 하워드 슐츠 당시 회장의 결정에 따라 음료 구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방문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기로 했다는 조치는 이제라도 재고(再考)되어야 마땅하다. 세상은 결코 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2. 천안시, 여름 휴가철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단속
  3.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에 명달호… 9월 1일자 181명 인사
  4. [현장에서 만난 사람]세계 최대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 기업 ASML 한종호 매니저
  5.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1. 천안시, 고액·상습 체납자 가택수색…승용차 압류·공매 착수
  2. 천안시, 2026 을지연습 전시종합상황실 근무자 사전교육
  3.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트폰 가족치유캠프' 운영
  4. 대전농협-기성농헙-고향주부모임대전시지회, 이심점심 중식지원 봉사활동
  5.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028년에서 2030년으로 개통이 미뤄진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또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호남선 직하부 비개착공사에 대한 시공사 선정이 8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사업비 단가는 낮게 책정된 탓에 입찰 과정에서 업체 사업 포기와 유찰이 반복된 것이다. 일각에선 트램 사업 주체인 대전시가 국가철도공단에 위탁만 해놓고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일대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699m) 중..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점포가 재개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품 입고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매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점과 가오점, 세종점, 충남 논산점과 보령점 등 5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달 13일 임시 휴..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정부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차량 판매가격에 포함하는 '총액 표시제'를 도입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확인한 차량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달라지는 원인인 '숨은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중고차 판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 등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매도비, 알선수수료, 성능보증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를 판매가 총액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할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