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교는 합창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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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학교는 합창곡이다

  • 승인 2019-05-30 16:54
  • 신문게재 2019-05-31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옥선교장선생님
교단에 선지도 어느새 40년이 되어간다.

단비가 내리는 5월이다. 작년에 대덕구청의 도움으로 나름 이모저모 만들어놓은 학교 숲 정원에서 달려온 세월을 조금씩 헤아려 보면서 빗소리를 들어본다.

싱그럽게 웃는 화단의 꽃들과 잡풀대신 주무관님의 도움으로 보리를 심어 다자란 보리밭을 보면서 숲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정자에 앉아 조용히 내리는 단비 속에 생명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몸이 매우 약해서 또래 친구들보다 1년이나 늦게 학교에 들어갔고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자주 몸이 아파 한 달 이상 빠진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6년 동안에 한 번도 개근상을 타지 못했다. 그러한 내게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의 담임 선생님들은 내게 작은 기쁨을 늘 만들어 주셨다. 3학년 때 총각선생님은 비닐과 긴 각목으로 교실 한 벽면을 이어서 커다란 연못으로 만들어 물고기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기쁨을 만들어 주셨다. 수업보다는 내가 잡아다 넣은 물고기가 잘 살고 있는지.., 죽으면 우리가 들어가 너무 장난을 쳐서 그렇다고 죽은 이유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4학년 때 선생님은 학교 밴드부를 운영하시면서 내게 작은북을 맡아 치게 하시면서 기본 리듬외에 신나고 창의적인 리듬의 2박자 4박자의 리듬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하며 칭찬과 격려로 기쁨을 만들어 주셨다. 5학년 때 선생님은 늑막염으로 늘 고생하는 내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어 고쳐주셨고 수학여행 때 잘 걷지도 못하는 내게 택시로 태워 다니면서까지 함께 하는 기쁨을 주셨다. 6학년 때 선생님은 중학교를 보내주시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때부터 나의 꿈은 초등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스스로 꿈을 정립하고 중 · 고등학교 때 초등학교의 선생님이 되기 위한 음악 체육등 고르게 공부를 하였다.

교대를 졸업하고 제천 청풍면 단산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고개를 2개나 넘어서 공부를 한다고 학교에 온 초롱초롱한 4학년 학생들의 눈망울들이 매일 매일 나의 마음을 견고하게 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을 만들고 싶었다. 일할 것이 많으면 어떤 부모님들은 학교를 보내지 않았던 날 학생들 모두 함께 고추를 따주러 간 기억도 있었다. 소풍 때는 마을 이장님들이 그날은 함께하기로 회의를 하여 소풍날짜와 운동회 날짜등을 협의 하여 결정하여 와서 돼지를 잡고 잔치를 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나는 음악을 전공으로 하여 전교생 밴드부를 운영하고 학급의 학생 전원에게는 산골이라 물이 거의 없지만 마침 부지가 있어서 복숭아 나무 한 구루씩 나누어주어 심고 가꾸었다. 이렇듯 내게 어릴적 담임선생님들이 기쁨을 주었듯이 나도 학생들에게 꿈과 기쁨이 샘솟는 학교생활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교육의 꽃이라고도 하는 학교장으로 발령을 받아 3화음소리 소리를 만들어 갔다.

첫 번째는 인간의 가장 기본인 인성교육 소리다.

인성교육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지루하면 초등학생들이 내면화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함께하며, 자연스럽고, 기쁨이 솟는,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육상부, 밴드부, 사물놀이부의 상시운영과 다양한 방과후활동의 소리다. 또한 학교 숲과 학교 텃밭가꾸기를 운영하여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자라는 모습 속에 사랑을 배우고 덕을 실천하는 소리다.

두 번째는 건강한 신체의 소리다. 소 체육대회나 스포츠축제를 열어 맘껏 달리고 맘껏 소리치고 춤추면서 생활하는 기쁨의 발걸음 소리다. 또한 학생들의 건강한 먹거리제공으로 급식지도의 철저한 검수와 교육활동이 학생들에게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으로 신바람 나는 소리이다.

세 번째는 기초기본 학습하는 소리다. 우리학생들의 20년 후의 모습은 인공지능과 함께하며 어울리는 시대일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기초 기본 교육을 충실히 하고 창의적인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방법과 '학생 과학참여선도학교'를 운영하는 소리다.

학교라는 합창곡은 혼자서는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없다. 학부모님은 학교를 믿고 협조해주며 교직원들은 서로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연구하고 가르치고 안내하여 제시된 학생들의 교육과정 삼화음이 잘 이루어지도록하자.

5월의 단비를 먹고 잘 자라나는 학교 정원의 숲처럼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합창소리가 아름답고 멋진 화음으로 어우러져 평화롭게 꿈이 잘 자라는 멋진 나라의 귀한 소리가 되길 바란다. /이옥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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