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의 말씀 세상] 죽어야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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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기의 말씀 세상] 죽어야 부활한다

이홍기/원로목사

  • 승인 2020-04-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던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3년을 평가하는 선거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합격점을 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야당의 잘못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고 해도 도저히 야당에 표를 줄 수 없는 실정이기에 여당에 투표를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당이 밉지만 야당이 더 싫어서 여당을 선택한 것이다.

일부언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공천 잡음과 선거 막판에 세월호와 관련된 막말 등으로 중도 층의 표를 흡수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 이전에 20대국회 중반부터 이미 민심이 이반됐다고 판단한다. 20대 국회는 지난해 12월초 한 여론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18.6을 받았다.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렇게 식물국회가 된 원인은 물론 여당의 책임도 있지만, 미래통합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조국 사태 시 너무 장기적인 옥외집회, 패스트트랙 법안처리 시 볼썽사나운 몸싸움, 명분 없는 삭발, 금식 등으로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국회본연의 임무를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당시 언론도 이점을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복이 있다 고했을까?.

과거 같으면 정부가 헛발질을 하면, 야당지지율이 올라가야 되는데, 항상 제 자리 걸음이거나 여당과 동반하락 했다. 당시 이 여론을 허구라고하면서 믿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실제였다. 이 점이 과거와 달랐다.

이제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야당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잘못해도 "우리가 남이 가,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라고 외치면 열성지지층들이 성원을 보내 주겠지, 하는 생각 버리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 입법, 사법, 헌법기관까지 모는 권력을 장악 했다. 헌법 개정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는 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그동안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국정을 독선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야당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당장 경제문제만 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진영논리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야당과 머리를 맞대야 그림이 완성된다는 점을 여당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과거처럼 대안제시 없이 반대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영영 얻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데 야당이 앞장선다면,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총선 때 유권자들이 가장 방점을 뒀던 것이, 일하는 사람, 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2017년 6월 총선에서 의석이 한 석도 없던 신생정당(레퓌브리크 앙마르슈)을 압도적인 제1당으로 만들어 줬다. 이 정당은 부패에 찌든 정치를 바꾸겠다며 젊은 정치인과 여성들을 전진 배치하여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공화당과 사회당을 압도함으로써 프랑스 정치지형을 바꿨다.

한국의 보수진영도 우선 사람부터 바꿔야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통합당의 현 지도부에는 합리적인보수 또는 보수의 품격을 갖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큰 폭의 인적쇄신이 이뤄져서 "보수 세력도 존경 할만하구나" 하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품격 있는 지도부를 세워야한다.

보수 세력이 수권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중도로의 확장성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중도 층을 끌어 안아야한다. 외연확장을 위해선 이제 태극기와 탄핵의 벽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통합당이 거듭나기 위해선 이념적 스펙트럼(범위)을 더 넓히고 지향하는 가치도 더 유연해 져야한다.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극우세력이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결별해야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 기득권, 지향, 정치행태, 다 내려 놓아야한다.

보수가 이제라도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자기만의 콘텐츠(전략)을 생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길을 간다면, 골리앗 같은 거대 여당도 거뜬히 넘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홍기/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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