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권성희의 '나성에 가면'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권성희의 '나성에 가면'

  • 승인 2021-02-24 10:5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220426685
게티이미지 제공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란다. 사랑의 얘기를 담뿍 담은 편지 말이다. 그 곳의 소식을 듣고 싶은 거다. 하늘은 푸른 지 그대의 마음은 어떤지, 기분은 좋은지. 즐거워도 외로워도 항상 나를 생각해 달란다. 그대와 내가 지낸 추억을 잊지 말아달란다. 이런 잔인한 사람이 있나. 나성으로 떠난 옛 연인에게 날 잊지 말라니. 이런 고문이 없다. 어장 관리인가. 헤어진 연인에게 가장 잔인한 스타일이다. 노래 '나성에 가면'은 경쾌한 리듬으로 계속 따라 부르게 된다. 가수 권성희의 풍부한 성량과 이국적인 얼굴이 낭만적인 나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그 유명한 길옥윤이 만들었다. '나성'은 'LA'의 다른 이름이다. 예전엔 외국 지명을 다 한자로 바꿔 불렀다. 필리핀은 비율빈으로 프랑스는 불란서로. LA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많다. 그래서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이 생겼다. 개발도상국 시대 한국인에게 미국은 꿈의 나라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머나먼 미국 땅에 발을 들였다. 백인들이 주도권을 잡은 아메리카에서 세탁소도 하고 백인들의 손톱도 다듬고 식당에서 밤 늦게까지 접시를 닦았다. 죽도록 일해서 성공한 재미교포는 한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예인들도 재미교포와 결혼하는 걸 자랑으로 삼았다.

풍족한 물자와 백인들의 땅에서 자수성가한 동양인은 근사해 보였다. 혀를 과하게 굴리며 영어를 씨부렁거리는 삶은 뭔가 달라 보였던 것이다. 피부와 이목구비는 동양인이지만 미국물 먹은 교포들은 어쩐지 백인같았으니까. 내가 대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80년대 중반 과 친구의 언니도 미국으로 이민갔다. 세탁소를 하면 돈도 벌었다고 했다. 미국은 열심히 일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니까. 그 후 큰 슈퍼를 하면서 수영장 딸린 멋진 집에서 여유있게 살았다. 그런데 친구의 언니는 뻔질나게 고국 한국에 드나들었다. 넉넉한 삶이었지만 마음은 허전했던 모양이다. 가족이 그립고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향의 하늘이 그리운 것이다. 또 인종차별도 견디기 힘들었들 터. 그러니 나이를 먹을수록 고향 생각이 새록새록 나겠지. 데자뷔다. 동남아 노동자들. 한국에서 온갖 차별과 부당함을 견디며 죽어라 일하는 그 사람들. 성공의 이름은 뭘까. 버티고 견디는 삶의 다름 이름일까. 성공은 한낱 신기루인 것 같다.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허상. 아직도 우리에게 미국은 좋은 조건을 갖춘 완벽한 애인 같은 건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 하면은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거야 어디를 가도 반짝거릴텐데~'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도 멋지게 불렀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4.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5.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1.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2. 12년 대전교육 마무리한 설동호 교육감… "교육 향한 마음은 계속"
  3. 대전시, 민선 9기 온통대전 위한 숨고르기
  4. '탄소중립 권위자' 배충식 교수, KAIST 새 총장 맡는다
  5. 내달부터 지하철에 리튬배터리 구동 탈 것과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제한

헤드라인 뉴스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후속 행사로,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고 세부적인 계획도 부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이어 오늘부터 세 차례, 주요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국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날 오후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 하이..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이전 환경에 머물러 있어 종사자들은 생존에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후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