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넷플릭스의 조직 관리기법 '부검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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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넷플릭스의 조직 관리기법 '부검메일'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송동헌 소방장

  • 승인 2021-10-25 16:5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동헌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송동헌 소방장
"넷플릭스는 의견을 안주고 돈만 준다.", "이렇게까지 드라마 대본에 간섭을 안해도 되나싶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한국형 좀비드라마 '킹덤'의 대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 중 일부 내용이다. 막대한 자본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방송가에서 단지 작가의 역량을 믿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내어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혁신이나 창의라고 여겨진다. 이것이 킹덤, 오징어게임, D.P.를 성공시킨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열풍의 주역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1997년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세계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로 작년기준 2억명의 회원과 27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비디오와 DVD를 빌려주고 돈을 받아 운영해온 사업은 2007년부터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현재 트렌드에 발ㅤ맞춰 PC와 스마트폰, 태플릿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로 업무 매너리즘에 잠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계적으로 이어온 영혼없는 업무들, 회사에 출근해 의미 없고 소모적인 비효율과 싸우고, 다음 회의를 언제 어떻게 하자는 주제로 회의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은 회사 내부의 부당함과 비효율적인 측면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판단할 수 없고, 수치화하여 분석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런 판단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통제속에서는 조직문화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넷플릭스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독특한 조직관리 기법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바로 '부검메일'이다.



부검(autopsy,剖檢)이란 '시신을 해부하여 사망의 원인을 결정하거나 질병의 결과를 관찰하고, 일련의 변화를 파악해 질병의 전개와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행위'이다. 의학분야에서만 활용될법한 용어가 조직문화와 무슨관계가 있을까?

넷플릭스는 이직이든 해고든 이유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나는 직원에게 퇴사 당일 동료들에게 몇 가지 요소를 갖춰 메일을 보낼 것을 요구한다. 메일 작성에 참여하는 사람은 퇴사하는 직원, 직속 상사와 인사 담당 직원이다. 이 메일에는 5가지 내용이 담긴다. ▲회사를 떠나는 이유 ▲회사에서 배운점 ▲회사에 아쉬운점 ▲앞으로의 계획 ▲회사측이 퇴사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순이다.

퇴사자는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염치를 차리거나 점잔 빼지않는다. 퇴사를 결정한 사람처럼 신랄하고, 정곡을 찌르는 비판이 가능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측에서는 퇴사자의 발생이라는 위기상황을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바꾸었다. 상대방의 칼을 이용해 내부의 암덩어리를 제거한 것이다. 일반적인 칼이 아닌 의료용 감마나이프인셈이다.

부검 메일은 여러 가지 즉각적 효과로 나타나는데, 첫 번째, 퇴자자 발생으로 인한 쓸데없는 소문과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다. 두 번째, 퇴사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모든직원과 공유할 수 있다. 세 번째. 조직내 문제가 있는 사항을 파악하고 수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네 번째, 부검메일을 쓰는 과정에서 오해가 풀려 퇴사를 번복하거나 퇴사하더라도 회사와 좋은유대를 유지해 계속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점이다.

넷플릭스의 홍보담당 부사장 캐런 바라간은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부검메일은 조직에 관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고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참고자료로 쓸 수 있다. 부검메일의 의도는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부검메일의 효과를 톡톡히 본셈이다.

혁신적인 기업운영 방침과 '부검메일'이라는 조직문화 개선의 노력으로 미래의 가치가 더 기대되는 넷플릭스를 보며, 우리가 속한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마냥 주저하고 고민하기에는 시대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체계도 다양하다. 흐름에 올라타 주도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간 비디오테이프 대여점과 같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지금이라도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려고 노력한다면 더욱 발전적이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송동헌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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