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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란 세종시선관위 주무관 |
영국자선재단(CAF)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기부지수는 전 세계에서 110위를 기록했다. 물론 이런 지표가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뉴스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경제적 어려움도 원인이지만 안타깝게도 후원 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노법래 교수가 발표한 논문(보건사회연구, 2020)에 따르면, 기부를 통해 누군가를 후원하면 자존감과 같은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행복감에 있어 기부행위의 순기능이 학술적으로도 증명된 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의 균형과 행복감에 더욱 가치를 두는 요즘 기부지수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다시 정치후원금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정치후원금은 정치인들이 검은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지원금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정치인과 돈은 주로 청탁, 이권 개입 등의 비리와 더 자주 연결되는 단어들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후원금을 냄으로써 자존감이 올라가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은 몹시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는 그간의 낙후되고 권위적이었던 정치 체계, 민의를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치 탓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원하는 정치의 변화는 이른 시간 내에 오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우리는 그들이 나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앞으로 더욱 잘 할 것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후원해 줄 때 바람직한 정치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소액후원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치인에게 큰 금액을 후원하는 경우에는 대가성을 우려하게 되지만, 소액후원은 그 의미가 왜곡될 염려가 없으면서 정치에 대한 감시와 격려의 기능은 충실히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 형국이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지방선거가 코앞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올해 1월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와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도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부터는 마치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처럼 정치자금 소액후원이 시민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미래의 정치유망주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떠올려 보자. 그만큼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데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내 삶의 많은 것을 결정하는 정치를 '남의 아이'라며 방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 도시, 국가의 정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나'의 관심과 격려가 아닐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후원금은 단순한 돈의 기부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명란 세종특별자치시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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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