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마시멜로 챌린지와 충청권 메가시티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마시멜로 챌린지와 충청권 메가시티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21-11-14 09:21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권중순 대전시의장
권중순 의장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게임이 있다. 준비물은 여러 가닥의 스파게티 면, 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한 개가 전부다.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이를 이용하여 무너지지 않는 탑을 가장 높이 쌓는 팀이 이기게 된다. 단, 조건이 있다. 마시멜로는 탑의 가장 윗부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톰 우젝’이라는 미국 학자는 변호사, 기업 CEO, MBA 학생, 유치원생 등 다양한 나이와 직업군으로 나누어 이 게임을 진행했다. 놀랍고도 흥미로운 사실은 가장 나이가 어린 유치원생 팀이 변호사, 기업 CEO, MBA 학생 팀보다 높은 탑을 쌓았다는 점이다.

유치원생들의 높은 성적은 게임을 대하는 태도에 그 답이 있었다. 나머지 팀들은 짧은 시간 대부분을 자기소개, 계획 수립 등으로 보낸 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 번 탑 쌓기를 시도했다. 계획과는 달리 결과는 대다수 실패였다. 이에 반해 유치원생들은 불필요한 과정을 배제한 채 게임의 목표인 탑 쌓기를 곧바로 실행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하였고 그로 인해 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여러 모양의 높은 탑을 쌓을 수 있었다.

얇은 면으로 부피가 큰 마시멜로를 지탱해야 하는 게임 속 다소 불가능한 상황처럼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 경제 환경 속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마시멜로 챌린지 게임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처럼 계획수립뿐 아니라 실행을 통한 결과 도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행정의 패러다임인 메가시티 추진에도 필요할 것이다.

메가시티란 수도권 집중화에 맞서 지역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생활, 경제,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우리나라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거주하며 2019년 기준 지역내총생산도 수도권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현상과 함께 지방소멸론까지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광역적 협력시스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상생을 통한 자립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4개 시도는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을 합의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에는 산업경제, 광역 인프라, 사회문화 3대 분야 9개 전략과 23개 세부사업의 내용을 담은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개최되었고, 조만간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최종보고회도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변화이기에 지나친 낙관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계획 수립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추진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새로운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각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 역시 필수다. 지속적인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획수립도 중요하지만 계획을 실행에 옮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단다. 만약 네가 여기서 벗어나려면 두 배는 더 빠르게 달려야 해."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인 앨리스가 자신이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는 나라에 살고 있는 붉은 여왕을 만나서 함께 달리던 중 여전히 제자리인 것에 의아해하자 여왕이 한 말이다.

충청권 메가시티를 위해 우리는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된다." 이 말처럼 충청권 메가시티를 통한 지속 가능한 대전의 발전을 위해 더 멀리 내다보는 계획수립과 더 빨리 달리려는 굳은 의지,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2.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3.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