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증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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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증오의 정치

송익준 정치행정부 차장

  • 승인 2024-01-03 13:14
  • 수정 2024-01-03 13:57
  • 신문게재 2024-01-0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익준 차장
송익준 차장
정치판이 살벌하다. 혐오를 부추기고 증오가 판친다. 상대를 타협이 아닌 제거할 대상으로 찍는다. 한마디로 너 죽고 나 살자다. 정치가 무엇인가. 권력 쟁취가 궁극적 목표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와 대립을 조정·통합하는 일이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그게 없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 극단적 갈등을 이어갈 뿐이다. 대중들이 정치에 신물이 날 만하다. 허구한 날 싸워대고 증오의 정치를 조장 또는 방관하니 말이다.

2일엔 제1야당의 대표가 대낮에 습격당했다. 이유 불문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가해자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증오를 일삼는 정치문화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번지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거다. 어느새 진영 대결은 격화됐고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지지층과 대중들에게도 증오의 정치가 스며들었다. 한국 정치는 물러서면 죽는 '치킨 게임'으로 가고 있다.

지역 정치도 마찬가지다. 혐오와 증오로 가득하다. 대전은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거치며 중앙 못지않은 진영 갈등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예전엔 어느 정도 기준과 선이 있었다면 지금은 막무가내다.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 도 넘은 막말과 비난, 낯 뜨거운 현수막 대결, 자화자찬식 토론회가 만연해졌다. 이러다간 정상적인 정치 기능이 작동 못 할 수준에 이른다.

몇 가지만 예를 든다. '엉망진창'이니, '소가 웃을 일'이라며 대전시장과 국회의원이 말싸움을 벌인다. 양당 시당이 주최하는 토론회에선 상대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우리는 최고, 너네는 최저라는 인식만 가득하다. 특정 의혹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현수막도 거리 곳곳에 내건다. 뭐가 문제냐고 따질 수 있다. 불가피한 측면도 인정한다. 다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공선(公共善)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증오의 정치는 지역발전도 저해한다. 매번 지역발전에 여야가 없다고 하지만 말뿐이다. 그 단상이 지난해 무산된 대전시와 지역 국회의원 간 예산정책협의회다. 양측 모두 겉치레 행사보단 실무협의를 우선시했다지만, 애초 만남 자체를 꺼렸다. 사실 예산정책협의회가 대규모 국비 확보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과 국회의원은 지방권력의 핵심축으로서 정당이 다르더라도 지역을 위해 협력할 파트너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은 기회면서 위기다. 증오의 정치를 끊어내거나, 정치 공멸의 길로 가거나 둘 중 하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했다. 비극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정치권이 풀어낼 숙제지만, 우리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증오의 정치는 우리 삶 속에서도 번진지 오래니까.

/송익준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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