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우리에겐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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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우리에겐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24-01-28 09:1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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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공동대표
2019년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강의 시간에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고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한국정대협이 할머니들을 허위 증언토록 교육시켰다고 발언했었다. 정의기억연대는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발했고, 지난 1월 24일에서야 재판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정대협이 할머니들을 허위 증언토록 교육시켰다는 것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다른 발언은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유죄와 무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바꿀 순 없겠지만 학문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미 검증된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발언이 용납될 순 없다.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 부정과 피해자 개인의 자발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류석춘의 말은 일본 극우세력 논리와 닮았다.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일본은 2007년 6월에 워싱턴 포스트에 <더 팩츠>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일본군에 편입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가를 받은 흔하디흔한 공창제도 하에서 일하던 여성들이었다. '위안부' 대부분은 영관급 장교보다도 훨씬 수입이 많았으며 '위안부'의 대우는 양호했다는 증언도 많다." 개인적으로 돈벌이를 했으니 문제가 없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의미다. 류석춘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과연 그럴까? 류석춘의 인식과 언어는 아도르노 입을 빌려 말하자면 "타인을 설득해 다 아는 사실을 잊게 만들려면 일단 자기 자신을 설득해 잊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에 충실한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일본 공문서와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위안부' 동원, 행정, 수송 관리를 일본군과 정부가 맡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일본 정부 책임보다 개인의 자유의사와 자발성을 강조한다.

'매춘'이라는 용어도 자구 그대로 보면 봄을 사거나 판다는 뜻인데, 성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성매매의 본질을 흐리는 용어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등가교환 여부에 있지 않다. 공창제를 제일 먼저 실시한 프랑스부터 유럽 각국에서 공창제가 확대된 것은 19세기 제국주의 침략으로 군대가 이동하고 주둔하면서 전부 군대 내 성병 확산을 막고 군대를 보호하려는 정책에서 나왔다. '위안부' 제도의 핵심은 식민지와 제국주의 전쟁에 동원된 여성에게 가해진 집단적 성폭력과 인권침해에 있다. '위안부'는 효과적인 전쟁수행을 위해 여성을 억류하고 일상에서 감당하기 힘든 폭력을 가한 최악의 여성 인권유린 역사다.

강덕경은 일본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을 와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길이라며 흰쌀밥도 먹고 돈도 벌고 공부도 계속할 수 있다고 일본공장으로 갈 것을 권유해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같이 여자 근로정신대로 일본에 갔다.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배고픔과 고된 일을 피해 탈출했지만, 길을 잃고 일본 헌병에 붙잡혀 군부대로 끌려가 '위안부'가 되었다. 근로정신대에서도 위안소에서도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역사는 기억하는 주체에 따라, 피해, 가해, 권력에 따라 이동하는 자기 중심성이 강하다. 그래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차이를 인정하는 수준은 언제나 인간의 존엄을 넘어설 수 없다. 일본군 위안소를 경험한 병사 미즈키는 조선인 위안부 판잣집 앞에 80명 정도 군인이 서 있었고, 병사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서 쉽게 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며 '위안부'들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지옥이었다고 진술했다(호사카 유지 『신친일파』) 위안소의 생활은 자발적 참여로 해석하기엔 너무 끔찍한 폭력이다.

류석춘를 포함해 '위안부' 문제를 거짓으로 규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공격하는 목소리가 해방 이후 80여 년을 앞둔 시점에도 무한 재생되고 있는 건 우리의 불행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은 탈식민화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다. 현실은 허망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을 기억하는 것과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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