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24-03-17 16:32
  • 신문게재 2024-03-18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최영민 대표
최영민 대표
새봄이다. 자연은 어김없이 새싹을 올리고 봄꽃을 피운다. 때를 안다는 건 자연의 이치를 아는 것일까. 22대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각 정당에서 지역후보와 비례후보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었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정당과 후보들의 이합집산, 탈당과 입당, 원망과 한숨, 기대와 도전이 한 덩어리로 굴러다녔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고, 투표권자는 자신을 대의할 정치인을 선택한다. 선거 당사자들은 대표자로서 선거권자로서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선거 때만 되면 드는 생각이다. 과연 민주주의 꽃이 선거인가? 1인 1표, 지역구 인구 대비 의석수 책정으로 민주적인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히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선거에서, 일상에서 성평등 민주주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1927년 창립한 전국규모의 조선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 첫 번째 행동강령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차별 철폐였고, 강령 중에는 부인 노동의 임금 차별 철폐와 산전 산후 임금지불 조항도 있었다. 약 백 년 전에 살았던 여성들의 바람이 지금 여성들의 바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차별을 없애려면 입법이 중요하다. 여성 정치인이 선정한 올해 가장 중요한 입법과제가 지역구 여성 30% 의무 공천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지역구 여성 30% 의무 공천은 21대에서도 22대 총선에서도 물 건너갔다. 21대 국회의원 중 여성은 19%였고, 올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여성 공천명단을 보면 여성후보공천 비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OECD 성별 임금 격차 부동의 1위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은 남성 임금보다 평균 30% 적게 받고 있고, 정치영역에서 균형된 대표성은 더 취약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직업훈련 영역에 성평등 점수는 높으나 의사결정 영역이 가장 낮은 38점이다. 교육과 직업에 있어서 여성은 거의 동등하게 참여하지만 여성이 여성의 삶을 개선하고 정책을 마련하고 결정할 기회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행 지역구 30% 여성 공천 권고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할당제가 법제화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성별 갈라치기, 여성가족부 폐지 분위기 속에 일부 남성들은 여성은 왜 할당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조롱과 비난을 한다. 할당이 몫을 나눈다는 의미인데 여성이 마치 시혜를 받는 존재로 인식된다. 할당은 당연히 여성의 몫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것이므로 할당보다 여성공천의무제가 적합하다.

혹자는 여성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체 의석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 국회의원들은 어떤 일을 했나? 여성할당제가 아니라 남성할당제를 한다면 어떤가? 성별은 대립이 아니라 존중받고 존중해야 할 차이다. 특정 성이 과대표되거나 과소대표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2000년 '모든 선거에서 남녀 후보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선거법을 개정한 프랑스 하원의원의 여성비율은 2018년 38.5%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남녀동수 민주주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없진 않았지만 현실은 지역구 여성후보공천 30%도 그림의 떡이다.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 7석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후보 2명을 공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인구부로 바꾸겠다는 윤석열 정부 아래서 여성과 성평등 의제는 사라졌다. 인구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낳으면 대출을 해주고 빚을 탕감해주어도, 일·가정 양립제도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한,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돌봄노동을 해야하는 여성들의 과로와 고용단절은 답이 없다. 남녀 모두 참여하는 일·가정양립 대책,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성평등 관점 입법과 목소리를 대의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확대는 다양한 대표성 확대에 있다. 여성할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공천의무제, 나아가 남녀동수 정치의 장을 열어야 민주주의 완성이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4.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5.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1.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2. 12년 대전교육 마무리한 설동호 교육감… "교육 향한 마음은 계속"
  3. 대전시, 민선 9기 온통대전 위한 숨고르기
  4. '탄소중립 권위자' 배충식 교수, KAIST 새 총장 맡는다
  5. 내달부터 지하철에 리튬배터리 구동 탈 것과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제한

헤드라인 뉴스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후속 행사로,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고 세부적인 계획도 부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이어 오늘부터 세 차례, 주요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국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날 오후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 하이..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이전 환경에 머물러 있어 종사자들은 생존에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후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