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충청도의 정체성과 지역의식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충청도의 정체성과 지역의식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 승인 2025-09-28 16:48
  • 신문게재 2025-09-2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강병수 교수
강병수 교수
정체성을 에릭슨(Erikson)은 "개인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고 했다. 즉 동일시(identity)를 의미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사람은 태어나 구순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이라는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특성을 만들어 간다. 즉 육체적 성숙과정과 사회화과정을 통해서 주위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지역에 대한 정체성도 마찬가지이다. 정체성에 따라 지역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다른 지역을 낮게 보거나 적대시하는 '지역배타주의'와 지역에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지는 '지역애향주의'로 나타날 수 있다. 지역배타주의는 지역간 갈등을 야기하지만 지역애향주의는 지역에 장학금을 희사하는 등 지역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의 정체성을 본인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년 시절에는 성년이 된 미래의 정체성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노력한다. 인간은 과거의 정체성, 현재의 정체성, 미래의 정체성이라는 스팩트럼 가운데 가장 원하는 정체성을 본인과 동일시하게 된다.

지역에 대한 정체성도 개인의 정체성과 비슷하다. 세종시를 예로 들면, 세종시민 다수가 연기군 시절의 과거 정체성이나 현재의 세종시 정체성보다는 우리나라 수도라는 미래의 정체성을 세종시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2003년 대전을 진짜(?) 사랑하는 분들과 '대전학연구회'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14년 후인 2017년 대전학연구회를 사단법인으로 발족시키면서 사단법인 '대전학연구회' 이사장겸 회장을 맡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모 신문사 기자께서 "왜 경상도 사람이 대전학연구회 이사장을 하느냐?'고 따졌다. 해서 직선거리로는 제 고향이 그분 고향보다 대전에 더 가깝다고 했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

그러나 3년 전 대전학연구회에서 운영하는 '대전바로알기시민스쿨'에서 대전이 고향인 수강생 한 분이 "경상도 분이 사단법인 대전학연구회 이사장을 하고 있다니 대전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하시는 것을 보고 "대전의 정체성이 포용과 관용과 개방성으로 한층 더 나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청도라고 하면 대전, 세종, 충남·북 지역을 모두 포함한다. 충청도는 지리적 인접성과 충청도라는 동일 행정구역, 그리고 전통적인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지역정체성을 공유하였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진전되면서 농경사회에서 공유하던 전통적인 충청도의 지역정체성이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 지방자치의 실시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하면서 충청도의 정체성은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전광역시는 충청남도와 분리되면서 농촌 및 지방행정보다는 대도시행정과 과학기술도시로 특성화해 가고 있다. 충청도라는 과거의 정체성은 공유하지만, 충청남·북도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6.25사변 이후 다양해진 인구구성이 정부대전청사의 입주로 더욱 다양해지면서 대전에서는 '고향'이라는 말보다는 '고장'이라는 용어를 발전적으로 선호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라는 광역자치단체가 탄생하면서 우리나라 수도기능의 하나인 중앙행정기능을 수용하면서 세종시민은 수도라는 미래의 정체성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가운데 두고 지리적으로 분리된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는 대전과 세종보다는 보수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충청도는 하나로 단합되지도 않고 지역의식도 약하다는 불평을 할 수도 있으나 자연스럽고 발전적인 지역의식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교문화와 농경사회에서 충청도 양반으로 불리던 충청지역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가운데 각 광역자치단체들은 과거의 정체성, 현재의 정체성, 미래의 정체성이라는 스펙트럼에서 지역발전을 더욱 견인할 수 있는 각자의 정체성을 찾고 발전적 지역의식을 고양해 가고 있는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2. "서산 왕산 감태 빵 없어서 못 판다", 서산 어촌마을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라
  3. [한화에어로 참사] 참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사고 한 달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 '아직'
  4. [한화에어로 참사] 금속분말-세척수 반응했나… '수소가스 폭발' 가능성도 조사 쟁점
  5. '새벽 스쿨존 30㎞' 손보나… 황운하, 보호구역 탄력 운영법 발의
  1. 대전 밀알복지관,'안전한 보금자리'사업 수행
  2. '외연 확장' KAIST 이광형 총장 이임…실패연구소 이끌며 도전과 개척 강조
  3. 세종 파크골프 전문가 키운다… 제2기 아카데미 활짝
  4. 제5대 세종시의회 상임위 구성 마무리… 4개 위원장 모두 민주에
  5. [白壽 김희수와 건양의 사람들] 당신에게 건양은 어떤 이름 입니까…

헤드라인 뉴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규명하지 못했다. 사고 지점이 세척기 주변일 가능성과 당시 작업자들이 세척 설비 내부 탱크를 청소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됐지만, 폭발을 일으킨 직접 점화원과 작업 공정상 문제, 안전관리 책임 소재는 추가 감정과 보강 수사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대전경찰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현장 합동감식 3회, 압수물 5700여 점 분석, 관계자 32명 조사 등..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발표가 임박하면서 최대 몇 개 구역이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둔산지구의 경우 최대 3개 구역까지 선정 가능하며, 송촌지구는 1개 구역만 신청해 사실상 선정이 확정된 상황이다. 현재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로, 2~3주 내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에 따르면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에 둔산지구 9곳,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청구역은 특별정비예정구역 27곳 중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포츠 게임축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6)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T1이 승승장구하며 본선 라운드 브래킷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소속팀인 T1은 1일 진행된 MSI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강팀 '리퀴드(TL.북미)'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하며 단 1팀에 주어지는 브래킷 스테이지 진출권을 따냈다. 이로써 T1은 세계 최정상급 8개 팀과 함께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T1의 본선 과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

  •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