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가 묻는 '존립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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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가 묻는 '존립 이유'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5-11-09 16:20
  • 신문게재 2025-11-10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충청남도 부여군은 쓰러져 가는 한국전쟁 참전유공자의 집을 보수했다. 부여군에는 6·25 참전용사, 월남전 참전용사 등을 포함한 참전유공자 총 419명이 거주하고 있다. 생활비로 한 달 기준 80만 원이 국가와 군 등에서 지원되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집수리 등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확보한 기금으로 주거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이밖에도 전라남도 영암군은 24년 만에 소아과를 다시 열었고, 경기도 안성시는 장거리 통학 청소년에게 아침 간편식을 제공했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하지만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던 과제들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 못했던 일들이 시민의 선택으로 집행 여부가 결정된 셈이다.

나는 향후 10년 안에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절반이 통·폐합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1953년부터 '쇼와 대합병'으로 지자체 수를 9,868개에서 10년도 안 돼 3,472개(1961년)로 줄였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는 다시 절반 가까이 줄어 2010년에는 약 1,700개만 남았다. 그즈음, 2008년 지방 세수 감소와 소멸 위기에 맞서 지자체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도입된 것이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다.

통·폐합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라지기 전까지 무엇을 했는가'다. 2004년 히로시마현 진세키군에서는 4개 정·촌이 통합되면서 각 정마다 있던 20여 개의 우편 지소가 거의 사라졌다. 내가 주목한 것은 '어차피 살아남을 것'이라며 변화에 가장 미온적이었던 정(町)의 지소부터 먼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다. 2021년 약 1,500억 원을 모으며 일본 고향납세 1위를 차지한 홋카이도 몬베츠시의 현재 인구는 2만 명이 채 안 된다. 작지만 강한 도시는 그렇게 시민들의 선택 덕에 탄생했다.

사가현은 20개의 기초지자체를 관할하는 광역지방정부지만 인구가 78만 명 남짓으로, 대표적인 소멸 지역이다. 이들은 고향납세의 모금 권한을 지역 공익단체에 위임했다. 즉, '지정기부단체'를 제도화한 것이다. 사가현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1명 이상 지역민을 고용한 조직이라면 누구나 지정기부단체 신청이 가능했다. 2021년에는 104개 단체가 약 90억 원의 고향납세를 모금했다. 지정기부단체는 모금, 홍보, 답례품 발송, 집행까지 스스로 처리한다. 사가현은 인지도를 확보했고, 존립 이유를 증명했다. 더불어, 공무원만으로 할 수 없던 일을 지역 전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춘 셈이다.

이제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도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를 지자체 담당 부서의 업무로 한정하지 말고, 지역 내 사회연대경제·비영리단체·학교·의료기관 등 공익 수행 주체로 넓혀야 한다.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내 6개 지방정부(강원 고성·양구, 경기 안성, 광주 남구·동구, 전남 신안)는 기부한 시민에게 명예주민증을 발급하며, 해당 지역 여행을 지원하는 <고향사랑 여행으로 잇다>를 시행한다. 지역의 애정을 기부로 보여주는 이들이 생활인구이자, 복수주소제를 통해 살지 않지만 납세하는 '제2인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243개 지방정부가 서울특별시가 될 수는 없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서울특별시에 살고 싶지는 않다. 지방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해결코자 하는 지역 문제는 모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겠지만, 시민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모두 제각각일 테다. 지방정부 존립 이유는 공감에서부터 비롯된다. 고향사랑기부를 받을 수 있느냐, 생활인구를 확보할 수 있느냐, 복수 주소제를 통해 제2인구를 창출하느냐,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초입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있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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