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 시대, 대학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AI 시대, 대학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승인 2025-11-11 10:18
  • 신문게재 2025-11-1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용성 교수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최근 연세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컨닝 사태가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연어 처리와 챗GPT' 수업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 중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담당 교수는 해당 학생들의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시험은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화면과 손, 얼굴을 촬영하는 최소한의 부정행위 방지 장치가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시험을 치렀다는 인터뷰가 보도됐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서울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재학생의 97%가 학업 중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과제 작성과 발표 자료 준비 등 학습 전 단계에서 활용하고 있다. 필자도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AI 사용을 권장하지만, 권장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20대의 생성형 AI 사용 경험은 75.4%인 반면, 40대는 61.7%, 50대는 45.8%에 그쳤다. 연령대별 사용 비율만 보아도 대학에서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이 교수보다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과 3년 사이 우리 생활은 AI로 인해 급격하게 변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웹에서 AI가 생성한 콘텐츠(53.5%)가 인간이 생성한 콘텐츠(46.5%)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보는 수많은 콘텐츠들은 AI 손에서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아졌다. 사람은 한번 편한 것을 경험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으로 생각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평가 방식의 전면적 개선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가 AI가 작성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AI 분야 선두주자 오픈AI는 99% 정확도의 AI 탐지기를 개발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0.01%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한 학생이 AI로 리포트를 쓰지 않았는데, AI 탐지기 실행 결과 90% 문장이 AI로 썼다고 F 학점을 받으면 정말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교수자들이 '챗GPT로 썼는지'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는 대신, 애초에 AI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교수자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하기 전 챗GPT에 관련 주제를 입력해보면 답이 잘 나오는 과제인지도 사전에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온라인 평가는 'AI 기반 오픈북'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학점이 취업과 직결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좋은 학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험에서도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정성이다. 누군가는 AI로 답을 찾고 누군가는 실력으로만 평가받는다면, 학생들은 그 평가 방식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지역 대학들도 분명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여러 대학에서 바쁘게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러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양심적으로 AI를 쓰지 말라', 'AI를 쓰면 불이익을 준다'며 엄포를 놓을 것이 아니라, 평가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다. 미래 평가는 '결과물'보다 '과정'에, '지식'보다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생들이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며, 정보를 어떻게 통합하는지의 과정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시기다. 학교에서 실시간으로 문제 해결 과정을 관찰하고, 사고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게 하는 평가가 더욱 가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학은 교수들의 다양한 강의 상황(대형 강의 등)을 고려해 평가 등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LMS 시스템을 개편하고, 공정한 시험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지와 처벌이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 평가 체계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차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2. 백지수도의 기운 '장군면'… 역사·맛집·카페로 뜬다
  3. 행정수도 품격의 세종 마라톤, ‘제1회 모두 런' 6월 13일 열린다
  4.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센터' 착공 언제?
  5.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대전'… 선거열기 고조
  1.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허태정 "이재명 정부와 원팀…지방주도 성장시대 실현”
  2. 선거 때마다 ‘청년 프렌들리’…여야 생색내기용 비판
  3. [앵커 人] 우승한 한밭대 라이즈사업단장 "학생성장 중심 개편… AI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4.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이장우 “말 아닌 성과로 증명…위대한 대전 완성 전력"
  5. [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헤드라인 뉴스


지선 후보등록 코앞…금강벨트 시도지사 여야 후보 지지세 확산 사활

지선 후보등록 코앞…금강벨트 시도지사 여야 후보 지지세 확산 사활

6.3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지지세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내란세력심판'을 강조하자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문화예술 정책 발표로 맞불을 놨다. 충남지사를 놓고 혈전을 벌이는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는 각각 현장 행보와 정책 연대로 표밭 갈이에 나섰다. 각 후보들의 이같은 행보는 지방선거 승패가 보혁 (保革) 양 진영의 결집을 바탕으로 중도층 확장과 부동층 흡수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퍼지며 문을 닫는 호프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술 한잔하자'라는 인사가 '밥 한 끼 하자'란 인사와 같던 이전과는 달리, 코로나 19로 모임이 줄어들고,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에 따른 음주율 하락이 곧 술집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전 호프 주점 사업자 수는 3월 기준 512곳으로, 1년 전(572곳)보다 60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3월 당시 1016곳으로 골목 주요 상권마다 밀집했던 호프 주점 수는 이듬해인 2020년 3월 888곳으..

`최민호·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7대 현안 해법 차이는
'최민호·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7대 현안 해법 차이는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시장 후보별 7대 현안에 대한 인식 차가 확인되고 있다. 교통체계 전환과 혼잡 해소, 해양수산부 이전 등 지역 이익과 충돌하는 중앙 정책 대응, 자족경제 구축과 민간 일자리 확대,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상가 공실과 상권 회복,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 정책,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각 후보는 어떤 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세종시 출입기자단은 11일 오전 SK브로드밴드 세종방송과 함께 6.3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갖고,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