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는가"

  • 전국
  • 부산/영남

[기자수첩]"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는가"

  • 승인 2025-12-09 12:43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는 말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우스운 농담이 돼 버렸다.

왜냐고?

이 나라에서 돌은 늘 약한 자에게만 날아가니까.

힘이 있고 돈이 있는 자들은 죄를 지어도 조용히 넘어가고,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고, 어느 순간 '명망가'로 환생한다.

반면 누군가는 열여덟, 열아홉 살 때 잘못 하나로 평생을 매장당한다.

최근 배우 조진웅의 경우가 그렇다.

소년 시절 범죄로 처벌을 받고 교화 과정을 거친 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다시 단두대에 올라섰다.

마치 "너는 평생 죄인이어야 한다"는 듯이, 한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무력화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낯선가?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황영웅.

학창 시절 사건들은 서로 합의가 이뤄졌고 법적 절차도 마무리됐지만, 결국 그는 미래를 잃었다.

소년 시절 잘못이 평생 낙인으로, 그리고 직업적 사형선고로 이어졌다.

반면 이 나라에는 어떤 사람들이 큰소리치며 살아가는가.

나라를 팔아넘기고, 동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친일과 학살의 역사는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 후손들 중 다수는 오늘도 권력과 부를 누리며 사회의 주류로 살아간다.

재벌·권력자·정치권의 비리와 범죄는 잊는 데 몇 주면 충분하다.

언론은 사고의 크기보다 가해자의 무게에 따라 기사를 다룬다.

무거운 사람은 가볍게 다뤄지고, 가벼운 사람은 무겁게 찍힌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죄를 묻는 것인가.

이 사회는 말한다.

"소년범은 갱생할 기회를 줘야 한다."

법도 그렇게 설계됐다.

소년원도, 보호처분도, 교정 프로그램도 모두 '두 번째 기회'를 기본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사회는 그 두 번째 기회를 인정하지 않는다.

법은 용서를 말하는데, 사람들은 영구추방을 선고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술가에게는 늘 유독 가혹하다.

정치인은 구속돼도 다음 선거에서 당선된다.

재벌은 횡령을 해도 불구속이다.

대기업 총수는 사면과 복권의 순환을 반복한다.

그러나 가수, 배우, 예술가는 젊어서 실수한 한 번의 기록으로 평생이 날아간다.

그들이 국민에게 준 위로, 감동, 예술적 기여는 단 한순간도 고려되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죄가 사라지고, 권력이 있으면 죄가 희석되며, 예술가와 약자에게는 죄가 '대물림되는 것처럼' 따라붙는 이 역겨운 구조를 외면할 수 없다.

조진웅이든, 황영웅이든 우리가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그들 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잣대다.

소년범은 처벌 뒤에 사회로 돌아오라고 국가가 말한다.

그러나 사회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갱생을 이야기하는가.

왜 변화의 가능성을 말하는가.

죄는 처벌로 끝나야 한다.

그게 법의 정신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끝나지 않는 죄'를 발명해 약자에게 들이민다.

그 죄는 갚을 수도, 벗을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냥 평생 따라다니는 족쇄처럼 존재한다.

이 수첩은 조진웅을 변호하려는 글이 아니다.

황영웅을 미화하려는 글도 아니다.

다만 묻고 싶다.

우리가 정말 정의로운 판관인가.

아니면 편의적 분노로 약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 군중일 뿐인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 했을 때, 어쩌면 우리는 한 번쯤 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2.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3. 아산시, 용화체육공원 20일부터 임시 개방
  4.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 28일 소위 유력
  5. 김장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1. [경찰의날] 대전 112상황실 이가현 경장 "저희가 침착해야 신고자도 안심하죠"
  2. 교육재정부터 아동보호·산림안전까지… 충청권 국감 현안 봇물
  3. 대전 교통사고 잇따라... 2명 숨져
  4. 충남대 통합 재추진 요구 맞서 평의원회 '재투표 불가' 의결…갈등 격화
  5. 허태정 지자체 순회, 원도심 미래 성장 청사진 제시안 나올까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사업 2027년 재공모 들어간다… 환승센터 등 나눠 공공투자 전환 여지도

대전역세권 사업 2027년 재공모 들어간다… 환승센터 등 나눠 공공투자 전환 여지도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해 계약 해지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전시가 후속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기존 최고 72층 규모의 건축계획과 주거 및 상업, 업무시설 비율 등을 다시 살펴 사업성을 높여 2027년 하반기 5차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선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방침이다. 환승센터를 비롯해 공공부문은 분할해 공공투자를 통해 사업시기를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코레일은 10월 20일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시행자인 대전역세권개발PF..

5대 시중은행 대출취급 6개월 내 금융사고 449억...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5대 시중은행 대출취급 6개월 내 금융사고 449억...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 취급 또는 만기 연장 후 6개월 이내 발생한 금융사고가 134건, 관련 대출금액은 449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KB국민은행의 관련 대출금액이 406억원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대출 취급 또는 만기연장 후 6개월 이내 금융사고가 보고된 사례는 총 134건으로 집계됐다. 대출금액은 449억 2500만원이다. 은..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내 통과 목표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28일 특별법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가 유력시되면서다. 앞선 13일 중앙행정기관의 2차 이전안이 확정·발표되면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안 통과 명분을 더욱 크게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 일정을 두고 협의를 지속 중이다. 국토위 감사는 23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에 따라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