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의사이잖아요" 응급실·수술실 지키는 배장호 건양대병원장

[중도초대석]"의사이잖아요" 응급실·수술실 지키는 배장호 건양대병원장

심장내과 전문의 배장호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관상동맥조영술만 2만7천례 심장건강 지킴이
병원장에 수술 및 응급당직 3역 수행 1481일
중증질환 비중 70% 육박 상금종합 체질 전환
"지역서 사랑받아 세계로, 상급 재지정도"

  • 승인 2026-01-19 17:54
  • 수정 2026-01-19 19:25
  • 신문게재 2026-01-20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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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이 심혈관조영실에서 동료 의료진과 함께 심낭천자술을 시행하고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배 원장은 행정업무는 보직자들과 나눠 맡더라도 환자 수술만큼은 본인이 집도해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사진=이성희 기자)
1월 15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심혈관조영실 앞 보호자 대기실에 충남 서산에서 온 70대 할머니가 수술 상황을 안내하는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니 아부지 지금 수술실 들어가셨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네. 별일 없을거야." 통화는 길지 않게 끝났고 대기실은 다시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잠시 걷는 것만으로 호흡이 가쁘고 숨이 차는 증세가 호전되기를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병원으로 달려온 길이라고 했다. 그렇게 20분 만에 심혈관조영실 유리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심장내과 전문의인 배장호 의료원장이 몸을 내밀고 보호자를 부른다. "안으로 들어오이소, 시술은 잘 됐어요." 보호자가 그토록 간절하게 듣고 싶던 말이 배 원장의 입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됐다. 환자가 건강을 되찾게 될 거라는 그래서 보호자와 그의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선언처럼 다가왔다. 이날 건양대병원 심혈관센터 혈관조형실에서는 심부전 환자에 대한 혈관조영술 4회, 심장박동기 삽입 2회 그리고 부정맥시술까지 점심시간 되기도 전에 진행됐다.



-의료원장 바쁜 업무에도 수술실을 지키는 이유는?

▲병원장이라든지 의료원장이라고 할 것 같으면 행정 일을 하기에도 사실은 많이 바쁩니다. 그렇지만 행정 업무를 원장이 혼자서 맡는 게 아니고 부원장도 있고 진료부장 등의 보직자들과 나눠 할 수 있습니다. 원장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많은 사람의 공통된 의견대로 하는 것이 병원이 나아갈 방향에 있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그러나 원장이기 전에 의사이고, 최선의 필수 의료를 맡고 있다 보니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일은 줄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2000년 건양대병원에 부임한 이후 그동안 환자 2만7000명에게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고, 심장박동기를 부착한 환자도 2000명 됩니다. 부정맥시술 역시 1500례 했고요. 생명이 위중한 환자가 다시 의식을 되찾고 가족들과 안부를 나눌 정도로 호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합니다. 원장으로서 병원이 잘 되는 것도 보람되지만, 의사로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여겨질 때 제일 행복합니다. 더욱이 의정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되었으나 과거 전공의 역할을 지금은 교수들이 떠맡아 교수들의 번아웃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60세가 되었는데 충분히 능숙하고 동료 교수들이 지고 있는 부담을 나눈다는 생각에서 진료실과 수술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의정갈등 때 응급실 당직근무까지 맡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오늘은 당직 근무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한 대만 가지고 있는데, 당직인 날에는 주위의 협력병원에게 번호가 공개된 응급콜 휴대폰까지 2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쉴 때도 침대 머리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지내며 콜을 받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지방의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요새도 한 달에 적어도 8번은 응급실 당직을 섭니다. 제가 당직 때 심부전처럼 심장내과 환자들이 오지 않을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당직을 마치고 다음날 진료라든지 시술이 예약되어 있는데 그런 날에는 36시간을 근무할 때가 생기고 1~2시간씩은 쪽잠은 자는 데 힘은 듭니다. 한 번은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고 앉아 있을 수도 없어 응급실 신세를 지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에게 공백 없는 진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있고, 개원 때부터 근무한 저희 병원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전달한 신년 메시지에서 '마부정제(馬不停蹄)'를 강조했는데?

▲2022년 처음 의료원장직을 맡았을 때나 지금이나, 대학병원을 책임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벼워진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으로 도약하고 지금이 더 무겁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달리는 동안 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처럼 항상 정직하게 또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살피고 자아를 발전시키자는 김희수 설립자의 뜻에 공감해, 저희 2000여 명의 직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그렇게 전했습니다. 저희가 이룬 성취는 출발선일 뿐 의료계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흔들림 없이 환자와 지역 사회를 향해 계속 나아가자는 의미입니다. 완결형 의료를 제공하는 상급종합병원 된 지가 이제 만 2년 됐습니다. 그 어려운 경쟁을 뚫고 대전에서 충남대병원과 사립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지정됐는데 재지정에 대한 심사가 올해 이뤄집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안정적 성장을 기대하려면 올해야말로 마부정제가 필요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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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배장호 의료원장과 김재현 심뇌혈관센터장을 비롯한 심뇌혈관질환 담당 의료진들이 심뇌혈관중환자실 개소식을 갖고 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2024년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고 병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상급종합병원 전환은 단순한 명칭 변화가 아니라 진료 구조와 병원 운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의미합니다. 초기에는 중증·희귀질환 중심의 환자 구성 변화로 의료진과 시스템 모두 적지 않은 조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중증환자 중심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중증환자 비중이 전에는 20% 안팎이었다면 지금은 70%대에 육박한다는 점입니다. 의료원장으로서 이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증 심근경색·뇌졸중 등 신속한 집중치료가 요구되는 환자들을 위한 전용 치료 공간인 심뇌혈관 중환자실을 최근 마련했을 정도로 의료진을 새롭게 구성해 심뇌혈관에 대한 거의 모든 질환을 저희 병원에서 수용하고 있습니다. 뇌혈관 질환이라든지 대동맥 질환 환자들이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전에는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저희 병원에서 중증 환자에 대해서도 완결형 진료를 제공하다보니 전라권과 경상권에서도 환자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저희 주변에 중소병원 및 개인 의원과 환자 교류를 적극 시행하고 있어 가벼운 질환의 환자는 주변에 소규모 병원이라든지 개인 병원으로 우리가 전원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또 거기서는 중증 환자를 저희 병원에 보내주고 그래서 이런 협력병원 관계 환자의 경증 환자 중증 환자 이런 것들은 우리가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의료분야 인공지능(AI) 도입에 적극적인데, 현재 활용 중인 첨단의료는?

▲AI가 의료 영역에서 지금 이제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2017년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암 진단에 활용했던 것처럼, 지금은 폐암이라든지 유방암 이런 초음파라든지 엑스레이를 사용해서 AI가 먼저 스크린을 해주고 또 의사가 최종 판독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지가 수년 됐습니다. 종합건강검진센터에 AI 기반 정밀검진 시스템을 도입해, 영상검사와 검사결과를 종합 분석함으로써 미세 병변과 위험 신호를 보다 정밀하게 찾아내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기 발견과 맞춤형 추적관리가 가능해졌고, 검진이 '결과 통보'에서 '질병 예방과 관리'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헬스케어와 협력해 의료 빅데이터 기반 연구분석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와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의 기반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 개원할 때만 해도 교수들이 아주 젊은 연령이었지만, 지금은 15~20년씩 경력이 쌓이고 역량을 가장 발휘할 시기가 되다 보니 로봇수술에서도 지난해 3000례를 넘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로봇수술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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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이 병원 직원들과 매년 체육대회를 함께 하며 소통하고 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병원을 함께 키워가는 직원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나?

▲노사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례적으로 식사를 나누며 소통하는데 노력하고 있고, 작년에 뜻하지 않게 파업에 이르렀으나 이후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며 상대를 보듬고 지내고 있습니다. 대전권 종합병원 직원들이 모여 축구대회를 여는데 2022년 의료원장에 부임하면서 매년 참석해 2024년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로 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저희 병원 직원선수단이 축구대회에서 우승했는데 그날 오전부터 경기 후 뒤풀이 시간까지 함께 응원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해 노동조합원들과 가진 체육대회에서는 턱걸이 종목에서 제가 20개를 하면서 개인 우승한 경험도 있습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결국 '환자를 더 잘 보기 위한 환경'입니다. 인력, 장비, 공간, 업무 부담 등 진료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들이죠. 저는 이 문제들을 개인의 고충이 아니라 병원이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가능한 것은 신속히 반영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안은 계획과 일정으로 공유하며 함께 풀어가고 있습니다. 소통의 핵심은 듣는 것이고, 책임자의 역할은 그 목소리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병원 개원한 지 27년째에 접어들어 세계로 뻗어가야 한다는 말씀도 있습니다만, 저는 기본에 충실하게 대전·충청지역에서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이 믿고 찾아오는 병원이 될 때 국내에서 사랑받고 세계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환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가족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노력을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개원 이래로 많이 노력해 왔지만, 최근에 더더욱 그런 것을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2000여 명의 교직원들에게 행복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저는 백그라운드가 되고자 하는데 아직도 미흡한 점을 보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victorylba@

○…배장호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은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내과학 석사와 박사학위.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연수. 2000년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근무. 내과부장, 교육수련부장, 심혈관센터장, 진료부원장, 의과대학장을 거쳐 2022년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취임해 연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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