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교육이 길러야 할 창의적 협력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교육이 길러야 할 창의적 협력

김정숙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6-02-10 17:29
  • 신문게재 2026-02-11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김정숙 충남대 국제언어교육센터장
김정숙 교수
우리는 흔히 창의성을 개인의 재능이나 타고난 능력으로 생각해 왔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교육 현장에서 반복되었지만, 정작 그 창의성이 어떻게 길러지는지에 대해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 채 지내온 것도 사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은 더 이상 혼자의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오늘날 교육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창의성은 과연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탄생하는 것일까.

키스 소여의 『집단 지니어스(Group Genius)』는 이 질문에 눈여겨볼 만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창의성을 '혼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저자가 말하는 '집단 지니어스'란 뛰어난 개인 몇 명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협력과 대화, 즉흥적인 반응이 축적되며 만들어지는 창조적 힘이다. 이는 교육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발명과 예술, 과학적 성취는 대부분 집단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산악자전거의 상용화는 수많은 라이더들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축적된 결과였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또한 동료 연구자들과의 폭넓은 교류 속에서 형성되었다. 인상파 화가 모네와 르누아르는 파리의 화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미술 사조를 열었고, 아인슈타인 역시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창의성은 언제나 '관계 맺기'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학교 교육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성취, 개인의 점수, 개인의 경쟁에 익숙하다. 그러나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조정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힘에 가깝다. 창의성은 곧 협력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키스 소여는 즉흥극 극단과 재즈 연주자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창의적 협력의 본질을 분석했다. 무대 위 배우들은 대본 없이 연기하지만, 그 즉흥성은 무질서가 아니라 철저한 상호 존중과 반응의 연속이다.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고(Yes)', 그 위에 새로운 제안을 덧붙이는(And) 과정에서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는 교실 수업과도 닮아 있다.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해 나갈 때 배움은 살아 움직인다.

책은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팀이 지닌 일곱 가지 특징을 제시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조언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의미를 서둘러 단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데 능숙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며, 작은 발상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는 곧 교육이 길러야 할 학습 문화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결과보다 과정, 속도보다 숙고, 경쟁보다 협력이 중심이 되는 학습 환경 말이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창의성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이 아니라 이전의 경험과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고 재해석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허용하는 교육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학교와 일터, 사회는 점점 더 촘촘한 협력망 위에서 움직인다. 삶의 여정에서 서로에게 배우고, 이끌어주며, 때로는 멘토가 되어주는 존재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곁에서 함께 배우고 일하는 동료들이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학생 한 사람을 '고립된 창의적 개인'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창조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일일 것이다. 창의성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창의성의 씨앗은 언제나 '함께'라는 토양에서 자란다.

/ 김정숙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 한성숙 국무총리, 청도 운문댐 방문
  3. 대전시 충남도 공공기관 2차이전 정주여건 확보 시급
  4.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5. 국가재정범죄 수사 대전중수청으로… 관세·국세 수사 전문인력 주목
  1. 국립대 '등록금 0원' 검토… 대전 대학가 셈법 복잡
  2.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3. [주말사건사고] 폭염 속 대전·충남서 아파트 화재·정전 잇따라…주민 대피·불편
  4. 충청권 의대 7곳 신입생 10명 중 7명 ‘지역선발’… 대전도 69.7%
  5.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헤드라인 뉴스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 역대최고… 기타대출 증가액 600억원 달해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 역대최고… 기타대출 증가액 600억원 달해

대전지역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선 상황에서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이 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급등했던 5월 기타대출이 평소보다 많이 실행된 것인데, 최근 증시가 바닥을 향하고 있어 연체율이 더욱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은 0.51%로, 4월(0.50%)보다 0.0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이 0.51%까지 증가한 건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1차 선정 이후 탈락한 구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올해 10월 또는 11월 전반적인 선정 방식 등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탈락구역 대부분은 1차 탈락 원인 분석과 동시에 주민대표단 구성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는 등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대전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1차 선정에 도전한 구역은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세대과 7구역(향촌·파랑새) 2056세대, 8구역(은초롱·꿈나무·샘머리1·샘머리2·둥지) 5440세대, 9구역(수정타운) 2010세대, 11구역..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충남 당진시에 파견된 충남도청 소속 공무원이 지방보조금 12억 5000여 만 원에 달하는 농가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충남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사실관계 조사와 엄정 조치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특히 지방보조금 집행 전반에 대한 집중 점검과 정부 시스템 개선 건의 등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충남도와 당진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충남도에서 당진시로 파견된 30대 공무원 A씨는 지방비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5개월여 동안 농가에 지급되어야 할 보조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