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릿발 칼날 위에 선 행정통합, 희망의 봄으로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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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릿발 칼날 위에 선 행정통합, 희망의 봄으로 갈 수 있는가

-권기창 안동시장

  • 승인 2026-02-11 08:36
  • 수정 2026-02-11 17:31
  • 권명오 기자권명오 기자
0705 권기창 안동시장 프로필 사진 (5)
권기창 안동시장.=중도일보DB
또다시 겨울, 봄은 오는가

안동의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은 엄동설한에도 강철로 된 무지개를 노래하며 일제강점기의 매서운 현실 속에서도 독립의 희망을 외쳤다.

대한(大寒)을 지나 입춘(立春)이 되었건만, 영하의 강추위 속에 주민은 서로의 온기를 방패 삼아 피켓을 들고 비통한 심정으로 머리를 깎았다. 과연 누가, 이 삭풍 속에 지역민을 내몰았는가

바로 경북대구 행정통합(이하 행정통합)의 재추진이 원인이다.

행정통합은 1월 20일 전격 재추진되었고, 형식적이나마 추진되던 설명회마저 생략한 채 열흘 남짓의 기간에 도의회 의견 청취, 특별법 발의 등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었다.

행정통합의 원칙은 명확한 목표에서 나온다. 행정통합의 목표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국토 균형발전'이다.

지방이 더 이상 국가정책의'시혜나 배려의 대상'이 아닌'국가성장의 자산'이 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에 따라 추진되는 행정통합의 대원칙은'균형발전'이 되어야 마땅하다.

지역 내 성장 불균형도 해결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행정통합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겠는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대구를 뉴욕처럼 경제 중심으로, 안동을 워싱턴처럼 행정 중심으로 두는 전략만이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청을 통합특별시의 소재지로 명시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행정통합의 절차가 완전할 수는 없으나 주민의 뜻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다소 늦더라도 주민투표를 거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였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행정통합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행정통합은 어떠한가 불확실한 청사진으로 두 번이나 무산된 행정통합을 근거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에는 궁색하다. 절차적 정당성에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찬반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이다.

안동시는 수차례 행정통합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지방자치법 등에 명시하라고 요구해 왔다. 주민이 행정통합 시'권한 이양과 재정 배분의 범위, 명확한 행정통합지원대책 등'을 근거로 찬반을 판단할 수 있고 그를 통한 숙의만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 특별법안은 또 어떠한가 총 335개 중 정부는 137개의 조항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나아가 국회 심의 시 불수용 범위가 늘어난다면 우리는 행정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마저도 통합특별시에 집중되는 권한이라면, 이는 권한의 이양이 아닌권력의 이동에 그칠 것이다.

행정통합을 통한 지역의 주도적 성장을 창출하려면 중앙에서 이양되는 권한은 기초자치단체까지 과감히 이양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특별법안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 지역이 주도하는 진정한 발전모델의 시작점이 바로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낙후된 지역에 정부의 행정통합지원대책을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기준까지 특별법안에 명시한다면 균형적인 재정지출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발전을 위한 도민의 20년 숙의 결과인 경북도청 신도시는 도민과의 약속이며, 주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북부권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국립의과대학 유치는 특별법안과 관계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요즘 특별자치도가 위기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창출하는 해법으로 출범했지만, 실질적인 자치권과 재정 자립이 미약하여 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빗발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행정통합에게 닥칠 미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행정통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절차'이다.

균형성장이라는 대원칙을 방향삼아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적 민주성 확보만이,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행정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경북 북부 주민을 비롯한 안동시민은 어느 때보다 사나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라는 절기를 거쳐야 비로소 봄이 오듯, 올바른 행정통합도 충분한 숙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매운 계절에 행정통합이라는 서릿발 칼날 위에 선 우리는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며, 경상북도와 안동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희망의 봄으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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