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영국의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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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영국의 선거제도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26-03-02 10:59
  • 수정 2026-03-10 10:43
  • 신문게재 2026-03-03 19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선관위는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 감사를 피해왔으나, 최근 채용 비리와 보안 취약점이 드러나며 폐쇄적 구조의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강병호
강병호 배재대 교수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는 1987년 개헌 이후 상시적인 외부 독립 감사, 특히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 관리 절차가 외부 검증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체계라는 것이다.

1962년부터 선관위는 대통령·국회·법원과 함께 헌법기관으로 규정되었다.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외부 검증의 배제'로 확대해 해석됐다. 즉 행정부 내부 통제장치(감사원)에 의한 상시 직무감찰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굳어졌다. 감사원법 제24조 적용과 2025년 2월 27일 헌법재판소 결정(2023 헌라5, 전원일치)을 통해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위법 행위로 판단됐다.

이 구조적 취약성은 2023년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3~2023년 10년간 중앙선관위와 7개 시도 선관위의 경력 경쟁 채용 291회 전수조사에서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 직원 자녀·친인척 청탁, 채용 공고 미게시, 면접 위원 편중, 점수 조작, 서류 은폐 등 공정성 훼손 사례가 다수 적발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 인사 비리가 아니라 공정성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2025년 감사원 직무감찰 자체가 위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문제의 검증 기회를 다시금 구조적 장애로 되돌려 놓았다. 결국 외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예외적 감사가 아니면 확인되기 어려운 문제"였다는 점이 입증되었지만, 그 감사마저 제도적으로 제한받고 있다.

인사의 구조적 문제도 지속됐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전통적으로 내부 장기 근무자의 순환 승진으로 임명됐다. 2025년 7월 선관위 전체 위원회는 허철훈 사무차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으로 임명했다. 허 사무총장은 선거 국장, 기획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내부 출신이다. 이처럼 내부 경력 중심의 승진 구조는 행정 연속성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외부 시각과 독립적인 검증을 차단하는 폐쇄적 구조를 강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2023~2024년 전산 시스템 논란에서도 유사한 패턴은 반복됐다. 선관위는 오랫동안 "선거 서버는 외부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라고 주장했으나, 2023년 7월~9월 국가정보원·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합동 보안점검에서 망 분리 미흡, 유지보수용 외부 연계, VPN·원격 접속 구조 등이 확인되었다.

세계적으로 이와 비교되는 사례가 바로 영국이다. 영국 선거위원회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화된 사후 평가를 통해 선거 절차 전반을 검증한다. 2019년 총선, 2024년 총선 및 2024년 5월 지방선거 이후 발간된 공식 보고서에는 우편투표 관리 문제, 디지털 선거운동 규제 미비, 투표소 운영 오류 등이 구체적 수치와 사례로 기록되었다. 영국의 개표는 현장 공개로 진행되며, 후보자나 유권자는 법원에 선거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재검표와 선거 무효 판단을 실제로 수행한다. 즉 영국은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지 않는 대신, 의심이 있을 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

한국과 영국의 차이는 '독립'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한국은 공정성을 관리 주체의 선의와 전문성에 의존해 왔고, 영국은 공정성을 절차의 공개성과 사후 책임에 맡긴다. 영국에서도 오류는 발생하지만, 제도적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가 유지된다.

국민 여론도 이를 반영한다. 한국갤럽 2025년 3월 11~13일 조사(전국 성인 1,001명)에서 선관위 신뢰도는 44%, 불신은 48%로 나타났다. 2025년 1월 조사에서는 신뢰 51%, 불신 40%였으나, 채용 비리 논란 이후 불신이 상승했다. 이는 다수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누적된 결과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권은 '국민투표법 벌칙 조항'으로 국민을 겁박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외부 감사와 제도화된 사후 평가는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장치다. 선거는 검증할 수 있는 공적 절차여야 한다. /강병호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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