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정치의 본령과 정치지도자의 책임윤리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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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정치의 본령과 정치지도자의 책임윤리에 관한 단상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6-03-03 16:53
  • 신문게재 2026-03-0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략적 갈등으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며 지역사회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소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충청 지역사회가 '충남·대전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깊은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은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통과되며 확정 수순에 들어갔다. 반면 가장 먼저 관련 특별법이 발의됐던 충남대전 통합은 정치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정략이 얽히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천년의 역사를 가진 광역 행정구역의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잘 알다시피, 지역 분리와 통합 문제는 나름의 역사적 맥락을 지니고 있다. 충남도와 대전시, 세종시는 본래 하나의 권역이었다. 대전시는 1989년에 충남도에서 분리되었고, 세종시 역시 2012년 충남도에서 떨어져 나왔다. 대구시와 인천시는 1981년에, 광주시는 1986년에, 울산시는 1996년에 관할 도에서 분리되었다. 이러한 분리는 정치적·행정적 필요에 따른 결정이었다. 반면에 지역통합은 경제적·사회적 요구에서 출발한 과제이다. 노무현 정부의 '5대 초광역경제권 및 2개 지역 경제권' 구상 이래 이재명 정부의 '5극(초광역권) 3특(특별자치도)'이라는 국정과제에 이르기까지, 초광역권 강화는 여러 정부에서 제기된 정책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통합은 갑작스러운 의제가 아니다.

민주화와 분권화의 시대에는 지역 분리 논리가 일정한 설득력을 지녔다. 하지만 초격차 정보화와 지방소멸이라는 현실 속에서는 지역통합 논리가 '성장 담론'으로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용주의보다 이념성을 지향한 윤석열 정부조차도 지방시대를 표방하고 지역통합을 독려했다. 이에 대전·세종·충북·충남은 '충청권 대통합'의 전 단계로 '충청광역연합'이라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에 합의했다.

그런데 출범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2024년 11월 21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돌연 '충청권 소통합'인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이 제안은 이후 정치 환경의 변화로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작년 12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하면서 다시 논의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결실을 맺게 되는데, 현재 정황으로는 절대 녹록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법은 소시지와 같아서 만드는 과정을 보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입법을 둘러싼 정치과정은 명분과 정략이 부딪히고, '밀고 당기기'가 다반사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지도자뿐만 아니라 일반 정치행위자의 행태는 자신의 가치와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나 주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도지사와 지방의원은 정치의 본령(本領)인 공공선 추구와 자신의 정치적 이해인 사익 추구 간의 선택지에서 전자를 우선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또한 이 과정에서 투쟁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위한 타협과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 윤리도 필요하다.

충남대전 통합의 향방은 조만간에 결론이 날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책임 윤리를 믿는다면 희망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은 면담을 요청한 김태흠 충남도지사를 만나 충분하게 대화하고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지혜의 통치자로 알려진 솔로몬 왕의 일화에 나오는 아기 친모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헤아려보기를 바란다. 또한 행정통합과 같은 중대한 국정 현안을 이해당사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맡기는 '협상적 리더십'보다는 설득과 합의 도출을 통해 해결하는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충남 금산 출신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충남 보령시·서천군 지역구 의원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조속히 만나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상생의 자세로 실질적인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는 인정미 넘치는 저승사자나 건강한 서해 갯벌의 짱뚱어라는 별명이 회자되기를 바란다. 부디 올해는 김초희 감독이 만든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대전 시민과 충남 도민이 분열이 아닌 공동체를 회복하는 위로와 복을 많이 받기를 소망해 본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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