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칼럼] 33년 지방자치 여정의 마무리, 다음 세대 의회에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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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칼럼] 33년 지방자치 여정의 마무리, 다음 세대 의회에 바라는 것

- 남정해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겸, 경북대구행정통합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승인 2026-03-05 08:28
  • 수정 2026-03-05 11:01
  • 권명오 기자권명오 기자
여권 증명사진 남정해
남정해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겸, 경북대구행정통합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1952년 첫 지방선거로 출발한 대한민국 지방의회는 군사정권 시절 30년의 암흑기를 지나 1991년 부활했다. 그동안 우리 지방의회는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서도 지방자치의 뿌리를 키워왔고, 경상북도의회 역시 숱한 부침 끝에 제12대 의회에 이르렀다.

특히,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2022년 개정 시행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전기였다.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 도입, 겸직 제한 강화 등은 지방의회가 '명실상부한 의결기관·감시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한 필수적 변화였다.

그러나 지난 33년간 지방의회 현장에서 지켜본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지방의회가 온전히 지방행정을 견제하고 정책을 생산하는 '작동하는 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필자는 퇴임을 앞두고, 지방의회가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기관으로 서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남기고자 한다.

첫째, 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이 이루어 져야 한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통합단체장에 대한 견제 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광역 단위가 확대되면 예산·인사·조직 권한은 더욱 집중되지만, 이를 감시·통제해야 할 의회의 구조와 권한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단체장과 동일 정당이 의회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정치 지형 속에서 의회의 견제 기능은 형식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는 '강한 집행부, 약한 의회'라는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현행 광역의회 선거는 소선거구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통합 이후의 광역의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최소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득표 비례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정당과 정치 세력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고,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 견제와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

행정통합의 성공은 규모의 확대에만 있지 않다. 권력 집중을 제어할 민주적 장치를 함께 설계할 때 비로소 주민의 삶을 지키는 통합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제도 개편은 통합 시대에 걸맞은 건강한 협치 구조를 만드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둘째, 광역의원 정수의 유지와 합리적 확대가 필요하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대표성은 축소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 이후 경북도의회 의석은 60석으로 줄었고, 인구감소가 이어지는 시군은 추가 축소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면적은 광범위한데도 도의원 1명이 수십 개 읍·면을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22조 제1항은 시·도별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자치구·시·군 수의 2배로 하되, 인구·행정여건 등을 고려해 ±2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경북의 조정폭은 10%에 그치지만, 인구가 더 적은 전남은 14.6%를 적용해 61석을 유지하고 있다. 경북 역시 조정범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광역의원 정수를 합리적으로 확보하고 지역대표성을 지켜야 한다.

셋째, 정책지원 체계의 실적적 강화다.

2022년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는 의원의 입법과 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진일보한 제도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광역의회가 '의원 2명당 1명' 배치 수준에 머물러 있어, 도정질문·조례 제·개정·예결산 심사 등 폭증하는 의정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행정부가 수천 명의 공무원 조직을 통해 정책을 생산하는 반면, 지방의회는 최소 인력으로 이를 모두 검증·견제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보좌 인력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방의회가 처음 부활하던 1991년 회의장의 공기를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답을 찾겠다'던 그 다짐은 33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방의회가 진정한 주민 대표기관으로 서려면 감시 역량을 키울 제도적 기반과 다양한 민의를 담을 선거제도, 그리고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치의 절박함이 필요하다.

비록 필자는 의회와의 긴 여정을 마무리 하지만 지방자치는 멈추지 않는다. 부디 다음 세대의 경상북도의회가 더 강하고, 더 공정하고, 더 주민 속으로 들어가는 지방의회로 서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사랑한 한 공직자의 마지막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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