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좋아하는 마음이 만드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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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좋아하는 마음이 만드는 교실

공주 석송초 교사 주재연

  • 승인 2026-03-05 17:26
  • 신문게재 2026-03-06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306_공주_석송초_주재연
공주 석송초 교사 주재연.
나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교대 동기들보다 뒤늦게 교직에 들어온 탓일까, 처음 몇 년간 마음 한켠에는 늘 조바심이 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덕목, '忍'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참고, 더 인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더 많은 자료, 더 정교한 수업, 더 완벽한 활동이 교사의 성실함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애쓴 시간만큼 수업은 정교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수업은 설레는 시간이 아니라 '해내야 할 일'이 됐고, '나는 충분히 인내하고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채찍이 됐다.

어느 날 문득 의원면직을 선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교사가 됐을까.

답은 단순했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배우는 시간이 좋았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좋았다.

그런데 교단에 서니 '좋아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교육과정, 평가, 행정업무 속에서 '해야 하는 것'이 늘 '하고 싶은 것'을 밀어냈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내가 즐거워하는 일로 수업을 시작해 보고 싶은 작은 갈망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 갈망이, 변화의 첫걸음이 됐다.

수업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떠올렸다.

나는 나와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고대하고, 이야기에 매료되며, 음악과 악기를 사랑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나에 대한 성찰을 출발점으로 수업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업에 대해서 내가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는지 놀라울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챘고, 그 즐거움은 곧 수업 속으로 스며들었다. 질문이 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확장됐다. 나와 아이들은 수업이 '채워 넣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아날로그 인간'이라 자조 석인 웃음으로 소개하는 나에게 요즘 교육계는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맞춤형 학습 시스템, 데이터 기반 성취 분석 등 다양한 기술들이 매일 교실로 스며들고 있다.

기술이 많은 것들을 빠르고 편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새로운 고민과 질문도 함께 따라온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질문은 더 또렷해진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왜 이 질문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궁금해하는가'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은 학생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스스로 탐구하고, 더 시도하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한다.

AI는 훌륭한 도구가 되지만, 방향을 정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주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힘을 길러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린 채 의무만으로 버티는 교실은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교사가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숨기지 않을 때, 교실은 생동한다. 아이들은 지식을 배우는 동시에 '배움이 즐거울 수 있다'는 태도를 배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교과 내용보다 오래 남는 배움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성취는 고귀하다. 인내와 책임감은 여전히 존중받아야 할 덕목이다. 그럼에도 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먼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몰입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단단하게 삶에 남는다. 억지로 버텨 얻은 성과 못지않게, 때로는 더 깊고 넓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교직 생활이 길어질수록 깨닫는다. 나 스스로에게 무엇을 '더' 가르칠지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보는 일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건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너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미래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지 수많은 답이 오가지만, 나는 여전히 이 질문에서 출발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힘, 그 힘을 믿어 주는 교실. 미래 교육의 방향은 그렇게 소박한 자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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