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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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소중해

김병주 회덕초 교사

  • 승인 2026-03-12 17:36
  • 신문게재 2026-03-1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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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회덕초 교사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어느 아이돌 노래의 가사처럼, 2025년 나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처음'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고단한 법이다. 2025년 마주했던 두 가지 커다란 '처음'에 대한 기록을 이곳에 남겨본다.

첫 번째 처음은 우리 학교가 IB프로그램 연구학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미 타지역에서는 IB 교육이 확산 추세였지만, 대전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였다. 자문을 구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업무를 맡게 된 나 역시 IB 교육에 대해 막연한 상태였기에, 동료들에게 이 교육의 가치를 알리려면 나부터 적극적으로 공부해야만 했다. 공부하며 나를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키워드는 '학습자 주도성'이었다. 사실 나의 학창 시절은 철저히 수동적이었다. 교육열 높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루에 학원을 다섯 곳이나 다녔고, 방학이면 기숙 학원에서 입시 전쟁을 치렀다. 공부는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꾸지람을 듣는 '의무'에 불과했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학생이 배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정말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할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 나에게 IB 교육이 아이들의 주도성을 정말로 깨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아이들은 실생활의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탐구와 협업을 통해 스스로 개념을 형성하며 이를 다른 영역으로 전이시키는 놀라운 과정을 보여주었다. 비록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 완벽하진 않았지만, 이러한 성찰이 쌓인다면 우리 아이들은 배움의 이유를 스스로 찾는 참된 탐구자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는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먼저 나에게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신 관리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생소한 행사를 계획하고 제안할 때마다 "부장님을 믿는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관리자분들의 신뢰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처음이라 미숙한 제안에도 귀를 기울여주시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보태주신 동료 선생님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물이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선생님들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한 해였다.

두 번째 '처음'은 1학년 담임이라는 새로운 보직이었다. 입학식 준비로 설레던 2월부터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써 내려가던 종업식 날까지의 시간이 마치 영화 속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입학식 날 만난 여덟 살 아이들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3월은 말 그대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선생님, 얘가 저 밀었어요!", "선생님, 배 아파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들어야 했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아이부터 아직 용변 조절이 서툰 아이까지 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가르친 1년의 세월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기적처럼 성장했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발표하고, 배움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 IB 수업은 뭐 해요?"라고 묻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다. 공개수업 도중 "재밌어서 시간이 금방 간 줄 몰랐어요!"라고 말해주던 순간은 내 교직 인생 최고의 원동력이 됐다.

가장 좋은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옛 성현들은 '교학상장'이라 일컬었다. 지난 1년,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오히려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법을 배웠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배려의 깊이를 더했다. 알 안에서 껍질을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제자와 밖에서 그 껍질을 함께 쪼아주는 스승의 노력이 일치할 때 성장이 일어난다는 '줄탁동시'의 가르침처럼, 우리의 첫 만남은 계획처럼 매끄럽지 않았을지라도 서로의 진심이 맞닿았기에 비로소 완결될 수 있었다. 2025년의 이 찬란했던 '처음'들을 거름 삼아, 나는 올해도 아이들의 우주를 향해 기꺼이 설레는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김병주 회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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