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는 싸움이어도 은퇴는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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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거는 싸움이어도 은퇴는 예의다

  • 승인 2026-04-02 14:43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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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순 의원 은퇴선언 기자회견<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산청군의회 정명순 의원이 2일 오전 11시 산청군청 브리핑룸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6년 군의회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더 크게 남은 것은 은퇴 선언문보다 객석 풍경이었다.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한아름 축하 꽃다발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오랜 시간 같은 판에서 부딪치고, 견디고, 걸어온 선배 정치인의 마지막 인사 자리치고는 너무 비어 있었다.

현장에서는 "정치 선배가 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 정치인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건 정치적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맞는 말이다.

선거는 싸울 수 있다.

공약이 다를 수 있다.

정당이 다를 수 있다.

지지하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를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공식 자리까지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 자리는 누구 편을 드는 자리도 아니었다.

누구 캠프에 줄 서는 자리도 아니었다.

그저 정명순이라는 정치인 한 사람이 16년 정치 여정을 접으며 남기는 마지막 인사에 "고생하셨다" 한마디 건네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조차 눈치를 보고 셈법을 먼저 세웠다면, 그건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다.

더 아쉬운 대목은 동료 정치인들이다.

같은 의회를 거친 사람들, 같은 선거판을 건너온 사람들, 같은 지역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라면 이런 자리는 더더욱 비워 두지 말았어야 했다.

선배가 걸어간 자취를 존중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자기 발밑부터 비게 된다.

오늘 남의 은퇴를 외면한 사람은 내일 자신의 퇴장도 외롭게 만들 뿐이다.

정치는 거창한 말로 품격을 외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자리에서 먼저 드러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수준이고, 그 지역 정치의 높이다.

산청 정치가 군민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람 앞에서 지켜야 할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은퇴를 선언한 한 정치인의 말만 남은 것이 아니었다.

누가 왔는지보다 누가 끝내 오지 않았는지가 더 또렷하게 남았다.

선거는 싸움이어도, 은퇴는 예의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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