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검인가, 지우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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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특검인가, 지우개인가

경남=김정식 기자

  • 승인 2026-05-16 08:39
  • 수정 2026-05-16 16:49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정치는 늘 명분을 앞세운다.

그러나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공소취소 특검 논란이 바로 그 선 위에 서 있다.

검찰이 조작수사를 했다면 밝혀야 한다.

검찰이 조작기소를 했다면 더 철저히 밝혀야 한다.

국가기관이 권력을 들고 한 사람의 삶을 흔들었다면 그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특검이 진실을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미 법원에 올라간 재판까지 접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특검은 칼이 아니라 지우개가 된다.

공소취소는 가벼운 말이 아니다.

검사가 법원에 넘긴 사건을 국가가 스스로 거두는 일이다.

쉽게 말하면 "이 재판은 더 하지 않겠다"고 국가가 선언하는 일이다.

그 판단이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 사건과 맞물리면 국민은 당연히 의심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것인가."

"아니면 재판을 없애려는 것인가."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기자는 복잡한 법 논리를 다 몰라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

조작수사를 밝히자는 말은 옳다.

그러나 그 이름으로 권력자가 자기 재판을 접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 문제가 아니다.

여당과 야당 문제도 아니다.

오늘 내 편에게 유리한 칼은 내일 상대 편 손에 들어갈 수 있다.

제도는 사람을 보고 만들면 안 된다.

권력을 보고 만들면 더더욱 안 된다.

제도는 국민이 보아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검은 수사하면 된다.

증거를 찾으면 된다.

조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밝히면 된다.

그 결과는 법원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

재판을 접을지 말지는 더 엄격한 절차 안에서 다뤄야 한다.

그래야 특검도 산다.

그래야 사법도 산다.

검찰권 남용을 바로잡겠다며 또 다른 권력 남용의 문을 열면 안 된다.

공소취소 특검은 이름은 진상규명이지만 국민 눈에는 재판 지우개로 보일 수 있다.

정의는 칼끝에서 빛나야지 지우개 끝에서 흐려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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