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누군가는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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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누군가는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하겠지만…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6-05-28 14:49
  • 신문게재 2026-05-29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방기봉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요즘, 살 맛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 투자로 목돈을 번 사람들이다. 근황을 묻지도 않았는데 반도체와 이차전지 종목에 어떻게 투자해 얼마를 벌었는지 무용담을 쏟아낸다. 손자들에게도 주식투자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주식 광풍이 불면서 한두 번의 거래로 웬만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을 버는 일이 현실이 됐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성실하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 근검절약하며 목돈을 모아가는 사람들의 '생활현장과 가치'는 도전받고 퇴색되고 있다.

언론매체도 이 같은 현상에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인터뷰 내용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그동안 주변에서 비슷하게 살았던 친구나 지인들이 주식으로 큰 수익을 거두고 '차를 바꾸었네', '집을 바꾸었네' 등의 말을 듣게 되면 마냥 축하해줄 수 만은 없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도대체 나는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혼자 바보가 된 것 같고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어요".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상대적 박탈감은 개인과 집단에게 좌절감, 소외감, 불안, 우울 같은 부정적 정서를 안겨준다. 자아존중감이 급격히 떨어지고, 때로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감이 낮아지면 사회성도 위축된다. MZ세대의 경우 SNS에서의 상향 비교가 동조 소비나 과시 소비로 이어진다는 보도도 있었다.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사회적 고립은 자칫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빚을 내서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심리는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대한민국의 남녀노소가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면, 이런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적지 않은 후유증과 부작용이 남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성과급으로 수억 원을 수령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영자로서 직원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성과급으로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다는 추가 보도를 접하면서는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막대한 성과급 소식은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조회수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전체 조회수의 6.1%를 차지했으며, 2위는 기아(5.1%), 3위는 현대차(4.5%), 4위는 삼성전자(4.4%) 순이었다.

과거였다면 다른 회사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는 막대한 보상을 받는 기업과 직군이 수시로 노출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실패처럼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가 일부 대기업과 특정 직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과 연구 생태계, 협력업체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비교는 동기부여를 넘어 자기혐오와 무력감만을 낳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삶의 균형을 지켜내는 일이다.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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