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견마지로(犬馬之勞)의 현대적 해석과 성과급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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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견마지로(犬馬之勞)의 현대적 해석과 성과급 문제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 승인 2026-06-02 17:08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굳이 직역하면 "개나 말 정도의 미미한 수고"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임금이나 윗사람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며 자신을 한껏 낮추는 겸양의 표현으로 쓰였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가 확고했던 시대에 이 말은 조직에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겠다는 비장한 각오와도 같았다.

하지만 맹목적 충성이 미덕이던 시대는 저물고,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수평적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는 기업 문화의 많은 부분, 즉 호칭부터 여타 처우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성과급' 문제도 그 변화 중 하나이다. 성과급 문제는 이제 '기여에 상응한 보상'의 문제를 넘어 누가 누가 기여했나?(기여자의 범위), 얼마만큼 기여했나?(기여 정도),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가?(배분의 방식)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특정 기업의 성과급 문제를 거론하진 않을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 하나의 고사성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성과급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방어하는 지혜로운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에서 적어 보기로 한다.

우리가 목도하였듯이 성과급 문제는 노사(勞使) 갈등뿐만 아니라, 노노(勞勞)·노정(勞政) 갈등까지 복합적인 양상으로 발현되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연대적 파트너십으로서의 견마지로'이다. 이는 '서로의 작은 수고와 노력이 연결돼 조직과 동료의 성공에 기여하고, 이것이 나의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호혜적 사고(思考)이다.

성과급 배분은 철저한 수치와 성과에 기반하지만, 그 성과를 만드는 과정은 결국 유기적인 협업 체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부서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생각 대신, "우리는 서로의 성공을 돕는 파트너"라는 태도를 가질 때 조직의 결속력을 회복하고 소모적인 노노·노사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거시적 겸손으로서의 견마지로'이다.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초일류 기업의 파업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이는 정부와의 긴장 관계(노정 갈등)로도 이어졌다.

정당한 성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그것이 파업이라는 쟁의행위로 이어져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국민을 비롯한 주주 등 외부 시선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인지하고 한발 물러설 줄 아는 겸손의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대기업 노사는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성과급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맞물린 이 문제를 대할 때 자신의 수고와 노력이 많은 구성원의 수고와 노력에 연결해 있다는 점과 거시적 관점에서의 겸손과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성과급 문제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가 경제 성장을 향한 강력한 윤활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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