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위기가 일상이 된 나라에서 청년은 어떻게 소외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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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위기가 일상이 된 나라에서 청년은 어떻게 소외되고 있나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26-09-06 16:4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규용
김규용 교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위기'라는 단어를 일상처럼 달고 살았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팬데믹과 복합적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수십 년간 쉼 없이 '국가적 비상사태'를 겪어왔다. 놀라운 것은 이 상시적 위기의 폭풍 속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오늘의 청년 세대라는 점이다.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는 배고픔과 가난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들의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오직 '나보다 나은 내 자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마침내 세계가 주목하는 물질적 풍요와 민주주의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피와 땀으로 일상화한 풍요의 경제적 기반 위에서, 정작 그 후손인 MZ세대 청년들은 가장 깊은 고립과 소외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기묘하고도 비극적인 세대 간 격차는 한국 사회가 지닌 가장 아프고도 구조적인 모순이다.

▲땀으로 닦은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기성세대

한국적 특수성은 이 세대 간 단절이 단순한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자원의 독점과 기회의 소멸'이라는 구조적 절망에 기인한다는 데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살았던 시대는 '노력하면 상향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 즉 공정한 성장의 사다리가 작동하던 시대였다. 부모의 헌신에 보답하듯 청년들은 좋은 대학에 갔고, 안정된 일자리를 얻었으며,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거머쥔 기득권의 성채는 점점 더 견고해졌고, 그들이 닦아놓았던 사회적 사다리는 어느새 걷어차였다. 자산 시장은 폭등했고, 노동 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거대한 이중 구조로 굳어졌으며,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분배의 공정성은 무너졌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풍요의 탑 꼭대기에서, 청년들은 그저 '눈높이가 높아서', '참을성이 없어서'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부당한 타박만을 마주하고 있다. 노력의 배신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을 넘어 '실존적 고립'으로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소외는 단순히 주거가 불안정하고 취업이 안 된다는 통계적 수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심각한 본질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그로 인한 실존적 고립감에 있다.

기성세대가 땀흘려 이룬 물질적 풍요는 역설적으로 청년들에게 끊임없는 비교의 지옥과 완벽주의를 강요한다. 부모 세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출발선부터 격차가 벌어지는 '수저 계급론' 속에서, 청년들은 실패를 '경험'이 아닌 '낙인'으로 받아들인다. 사회는 그들을 성장의 주체가 아니라, 무한 경쟁의 트랙 위에서 언제든 소모될 수 있는 부속품쯤으로 취급해 왔다. 경제적 풍요 속에 방치된 고립, 이것이 바로 현재 한국 청년들이 처한 자화상이다.

▲교육의 배신: 고립과 계층 고착화를 부추긴 주범

이 모든 구조적 모순의 중심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돌아보면 교육은 청년들을 구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청년의 고립과 계층의 고착화를 부추기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로 작동해 왔다.

우리의 교육은 오직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고 상층 계급으로 올라갈 것인가'라는 수월성과 성과주의만을 강요했다. 입시라는 단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청년들은 협력 대신 각자도생의 전장에 내몰렸고, 낙오자는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기는커녕 부모의 경제력이 곧 학생의 성적이 되는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타인의 아픔을 돌아보는 인문학적 소양과 공감 능력을 말살한 채, 오직 효율성과 스펙만을 주입한 결과, 청년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철저히 고립되었고 공정한 경쟁에 대한 일말의 믿음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공존의 토양과 회복의 사다리

이제 상시적 위기의 핑계 뒤에 숨어 청년들의 희생을 방관해 온 기성세대의 무관심을 멈춰야 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붙들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교육의 패러다임을 '경쟁과 선발'에서 '성찰과 공존'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점수와 스펙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실패를 인생의 자산으로 인정해주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인문학적·사회적 교육 복원이 시급하다.

둘째, 실패가 곧 끝장이 되지 않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청년들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두고,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혁하여 공정한 분배의 토양을 다져야 한다.

위기가 일상이 된 나라에서 청년들을 더 이상 소외의 방에 홀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들의 진정한 성찰 속에서, 다음 세대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진짜 사다리를 다시 놓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전후 세대가 피땀 흘려 일군 역사의 과실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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