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대전·오송·세종, 혁신신약 메가클러스터로 연결하자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대전·오송·세종, 혁신신약 메가클러스터로 연결하자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 승인 2026-09-13 11:15
  • 신문게재 2026-09-1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혁신신약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새로운 산업단지와 연구시설이 해법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건물이 모여 있다고 혁신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연구실의 발견이 기업의 기술로,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이어질 때 비로소 클러스터는 작동한다. 대전과 오송, 세종이 함께 그려야 할 미래도 여기에 있다. 세 지역을 하나의 혁신신약 메가클러스터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강점은 서로 다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대학과 출연연구소,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연구와 사업화를 이끌 수 있다. 오송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반과 비임상·사업화 지원기관, 보건의료 국책기관을 바탕으로 연구성과의 상용화와 인허가 대응을 뒷받침할 수 있다. 세종은 중앙부처와의 정책 연계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역량을 결합해 제도적 지원과 디지털 융합을 담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 지역이 모든 기능을 똑같이 갖추려 하지 않는 것이다. 대전에서 개발한 기술을 오송의 공정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주고, 세종의 정책·디지털 역량으로 뒷받침하는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별 강점을 하나의 신약개발 과정 안에 배치하면 연구에서 시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열 수 있다.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어도 기업이 이용하는 혁신의 경로까지 나뉘어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 보스턴에서 배울 점도 화려한 건물이 아니다. 대학과 병원, 기업과 투자자가 긴밀하게 교류하고, 성공한 기업의 자본과 경험이 다시 창업으로 흘러드는 구조다. 민간 협의체인 매스바이오는 이들을 연결하고, 공공은 초기 위험을 나누며 장기적 투자를 뒷받침한다. 우리가 만들 '한국형 보스턴'도 외형의 모방이 아니라 이처럼 스스로 혁신을 이어가는 생태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공동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대학·병원·연구소가 참여하는 중부권 혁신신약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연구기획, 기술사업화, 인재양성을 추진하자. 동시에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위원회와 같은 범정부 조정체계를 통해 부처별 예산과 연구개발, 규제 관련 정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민간은 현장의 과제를 찾고 실행하며, 정부는 행정의 경계를 넘어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회의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협력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연구와 창업의 성과가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바이오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초기 창업 지원만으로는 신약개발의 긴 여정을 완주하기 어렵다. 대전투자금융을 마중물로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을 연결하고, 성장 단계에 맞춘 후속 투자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공공이 초기 위험을 분담해 민간 참여를 이끌고, 기술이전과 기업 인수합병의 성과가 다시 지역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자금을 찾아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핵심이다.

셋째, 세 지역이 함께 성과를 내는 대표 공동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나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전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오송과 연계한 비임상 평가와 공정개발·시료 생산을 추진하며, 세종의 인공지능 역량을 효능 예측과 최적화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각 지역의 사업을 나란히 나열하는 대신, 하나의 개발 목표를 향해 서로의 역량을 이어주는 '이어달리기' 모델이 필요하다.

메가클러스터는 세 지역의 사업계획을 한데 묶어 이름만 크게 붙이는 일이 아니다. 연구와 생산, 정책과 자본, 그리고 사람이 실제로 오가도록 만드는 일이다. 단체장의 임기나 개별 부처의 사업기간을 넘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경쟁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옆 도시보다 시설을 하나 더 유치하는 경쟁에서,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전·오송·세종의 미래는 무엇을 더 짓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4.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5.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1.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2.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3. 대전 학교 과도한 민원 대응 강화될까?…29일부터 학교장 퇴거 가능
  4.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5. [춘하추동] '비스듬히 외면' 하며 떨어지는 낙엽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