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3칸 굴절버스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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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3칸 굴절버스가 남긴 것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6-09-13 16:53
  • 신문게재 2026-09-1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설재균
설재균 팀장
하루 67만 원. 대전시가 지금 이 순간에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이자다. 무슨 이자인가 하면, 대전시가 빚내서 산 버스 세 대에 대한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 두 대는 대전에 없고, 들어온 한 대는 안전인증을 받지 못해 여전히 대전시 소유가 아니다.

바로 대전시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3칸 굴절버스 이야기다. 한 대에 약 30억원, 세 대에 94억 정도 되는 계약이었다. 대전시는 그 돈은 지난해 지방채 94억원을 발행해 마련했다. 금리 2.61%, 연이자 2억 4534만 원이다. 거기다가 버스 구매 비용은 미리 줬다. 계약금액의 78.9%인 72억 9200만 원이 이미 나갔다. 대전시는 80% 가까이 돈을 줬지만 가진 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대전시가 이 버스를 소개하며 붙인 설명이 그럴듯하다. '내부가 넓고 저상 설계라 승하차가 편리해 교통약자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 대전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차량에는 노약자와 장애인, 임산부 배려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동약자를 위한 차라면서, 교통약자가 앉을 자리부터 부족했던 것이다.

순서도 묘하다. 차량 대금은 지난해에 대부분 치렀는데, 승강장을 포함한 기반시설 공사 등은 올해 2월에야 할 계획이었다. 휠체어나 유아차 등을 밀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차체가 아니라 승강장이다. 턱의 높이, 경사로 등은 대중교통 설계에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차부터 사고 기반 시설 공사를 미룬 순서가, 이 사업에서 교통약자의 순번이 몇 번째였는지를 말해준다.

배차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시의 또 다른 설명은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 쾌적한 대중교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선 길이는 6.5km다. 차량 세 대로 촘촘한 배차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대에 많은 승객을 태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얼마나 버스가 자주 오는가 중요한 문제다. 20분마다 오는 버스는 출퇴근 시간에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한다. 한 대를 놓치면 20분이 통째로 사라지니, 30분 일찍 집을 나서거나 지각을 감수해야 한다. 서서 기다리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줄어든다. 그 버스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이건 신규 노선을 만들기다 보단 시연에 가까웠다. 시연은 한 번 보여주면 끝나지만, 이동권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와야 하는 일이다.

허태정 시장은 이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인정했다. 24%대인 대중교통 분담률을 40% 가까이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망에 맞춰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방향은 맞다. 다만 노선 개편은 언제나 효율의 언어로 짜이고, 효율은 대개 사람이 적은 곳부터 자른다. 적게 타니까 줄이고, 줄이니까 더 적게 탄다. 그 자리가 바로 교통 사각지대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는 이동권을 이렇게 정한다. 교통약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권리를 가진다. 방점은 '모든'과 '차별 없이'에 찍혀 있다. 6.5km 한 구간에 노약자석과 휠체어 전용공간이 없는 것은 해당 법을 비껴나가고 있다. 이동권은 무엇을 들여왔느냐가 아니라 누구나, 어디서든 탈 수 있느냐로 잰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제4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의 마지막 해다. 2026년까지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 62%, 특별교통수단 법정 운영대수 100%를 채우겠다던 계획이니 성적표가 나오는 해인 셈이다. 저상버스를 몇 대 더 들이는 일, 배차를 몇 분 당기는 일, 버스가 닿지 않던 골목에 노선 하나 더 놓는 일 등을 고민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순서가 있다. 사진이 잘 나오는 정책과 일상의 정책은 다르다. 배차를 5분 당기고 노선 하나를 살리는 일에는 사진이 남지 않지만, 그 5분에 누군가의 일상이 달려 있다. 이동권은 화려한 한 대가 아니라 흔하게 보이는 백 대에서 나온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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