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병은 나았는데 왜 아직 피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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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병은 나았는데 왜 아직 피곤할까?

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6-09-17 17:09
  • 수정 2026-09-17 18:09
  • 신문게재 2026-09-18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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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뒤, 열도 내리고 기침도 멎었는데 이상하게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며,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병은 다 나았다는데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이 지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감염 이후의 불편감과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병원 검사는 음성인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라는 호소다. 감염 자체는 이미 끝났음에도 극심한 피로감, 인지기능 저하(브레인 포그), 만성 근육통, 잔기침 등이 수개월씩 이어지는 '롱코비드' 현상이다. 롱코비드는 일반적으로 코로나19 첫 증상 발현 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말한다. 왜 어떤 사람은 완전히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장기간 고통받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은 비교적 빨리 호전되는 반면, 피로감과 수면 장애, 인지기능 저하, 두통, 우울과 불안 등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의학계에서는 바이러스가 몸에서 사라진 뒤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뇌와 신경계의 기능 변화, 지속적인 면역 반응, 잠복 바이러스의 재활성화, 미세 혈전 및 혈관 내피세포 손상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이 뇌의 각성과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오렉신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만성 피로와 신경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병을 앓은 뒤의 지연된 회복' 문제는 한의학에서 이미 깊이 있게 관찰하고 다루어 온 영역이다. 감염성 질환의 치료 체계를 정립한 후한 시대의 『상한론』에서는 '대병차후(大病差後)'라는 개념을 제시되었고, 큰 병을 앓고 난 뒤 회복기에 무리하거나 관리를 잘못해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노복(勞復)'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한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의서에서도 '병후허약(病後虛弱)'이라는 개념이 빈번히 등장한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사기(邪氣, 병원체)는 물러갔지만, 정기(正氣, 면역 및 생체 에너지)와 기혈이 크게 소모되어 피로와 기력 저하가 지속되고 식욕과 소화 기능까지 떨어지는 상태를 설명한 것이다. 이 상태는 롱코비드의 양상과 여러모로 겹쳐 보인다.

물론 병후허약과 롱코비드를 단순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병후허약은 특정 병원체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장기적 임상 경험에서 형성된 개념이고, 롱코비드는 코로나19라는 특정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 국한된 비교적 최근의 임상적 현상이다. 그러나 '급성기가 지난 뒤에도 회복이 지연되는 상태'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대응해 온 한의학의 경험은, 아직 표준적인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은 롱코비드 문제에 유의미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병후허약에 전통적으로 활용되어 온 대표적 처방 가운데 하나가 경옥고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 등을 오랜 시간 달여 만드는 이 처방은 정기를 보하고 진액을 보충하여 큰 병을 앓거나 오랜 소모성 질환을 겪은 뒤의 회복에 사용해 왔다. 경옥고가 다루는 '병후 회복 지연'은 롱코비드 환자들의 만성 피로, 기력 저하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롱코비드로 인한 피로 및 만성 증상을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경옥고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정적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다만, 오래된 처방을 현대의 새로운 질환에 대해 과학적 방법으로 다시 검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홍삼이나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활용해 감염 후 피로 증상을 개선하려는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감염 후 회복 지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

롱코비드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백 년간 쌓여온 병후 회복에 대한 임상 지혜를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질병 앞에서, 다시 오래된 질문을 던져본다. '병은 나았지만, 나는 정말 완전히 회복한 것일까?' /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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