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전쟁(1) 1.4후퇴의 또 다른 이름 설날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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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전쟁(1) 1.4후퇴의 또 다른 이름 설날공세

  • 승인 2024-02-08 12:24
  • 수정 2024-02-21 17:53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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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2월 24일 흥남 항만시설 폭파팀의 승선을 기다리는 미국 수송선 '베가(BEGOR, APD-127)'호. 전쟁기념관 아카이브 공공누리(미국해군본부 미국 해군군사감실)
"아침 일찍 일어난 가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할아버지가 향을 피우고 절을 하자 다른 가족들도 절을 올립니다.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먹는 떡국은 따뜻하고 고소합니다."

설날 아침 뉴스 첫머리에 한결같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차례를 마친 가족들이 떡국을 나누고 담소를 주고받는 모습은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의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그런데 만약 설날 아침에 설날 스케치 대신 전쟁 속보가 전해지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명절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는 민족이 있을까 싶지만, 불행하게도 설날 전쟁을 치르는 사례는 우리나라 역사에 두 번이나 등장한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압록강에서 중공군의 기습에 밀려 내려온 UN군과 국군은 당해 1월 4일 대대적인 철수를 감행하고 서울을 적에게 내주고 만다. 수도 서울이 재함락 당한 날이라 하여 이때부터 1.4 후퇴라 명명됐다. 1차 공세로 압록강 전선이 무너지고, 2차 공세로 청천강과 장진호, 평양을 내줬고 3차 공세로 서울을 내줬다. 중공군의 3차 공세로 서울을 내준 치욕의 기록을 또 다른 기록에선 '설날 공세'로 기록하고 있다.

설날 공세는 국군과 UN군의 신속한 철수 작전으로 인명피해를 상당수 줄일 수 있었지만, 한국전쟁에서 가장 많은 이산가족이 바로 이 시기에 발생했다. 서울을 수복하고 일상을 회복을 준비하고 있던 시민들은 간신히 풀어놨던 짐을 다시 싸고 또 한 번의 피난길에 올랐다. 북쪽에 살고 있던 주민들까지 한꺼번에 피난길에 합류하면서 수도 서울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져들었다. 한강 다리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던 피난민이 서둘러 남하하며 수많은 가족이 이 과정에서 이별하고 만다. 1983년 대한민국을 울렸던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사연 중 상당수가 1.4 후퇴로 인한 생이별이었다.



1.4 후퇴 때 이산가족이 유난히 많았던 이유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중공군의 남하였다. 아침은 개성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는 국군 수뇌부의 호언장담으로 안심하고 있었던 국민은 서울이 다시 점령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서울 점령 당시 인민군을 비롯해 좌우익 간 참혹하게 자행된 학살은 피난길을 더욱 재촉시켰다. 한국전쟁 직전 서울의 인구는 140만 명 정도였는데 이들이 단 며칠 사이에 한겨울에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서울을 빠져나갔으니 그 광경이 얼마나 참혹했을까?

중공군의 신정 공세는 이후 2월 초순까지 계속되다 국군과 UN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3월 15일 서울을 재탈환하며 지루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73년 전의 설날 풍경은 만남 대신 이별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슬픈 설날로 기록됐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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