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79>정당 이력제

  • 오피니언
  • 신목민학

[신목민학])<579>정당 이력제

  • 승인 2011-03-09 16:10
  • 신문게재 2011-03-10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불량 정치인 걸러낼 수있는 제도
'전과 공시제'도 현실성은 없어
특정인 겨냥한 발언이면 삼가야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박성효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선진화 방안으로 제안한 ‘정당 이력제’와 ‘전과 공시제’는 좋은 제도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은 당적 변경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자는 게 정당 이력제다. 소신도 철학도 없이 권력 주변을 맴돌면서 한 자리 얻으려는 철새 정치인들에게는 부담이 될 만한 제도다. 이들에겐 선거벽보 등 선거공보물이 곧 ‘철새의 증표’도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당 이력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당제 자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툭하면 헤쳐 모이고 간판을 바꾸는 게 우리나라 정당들이다. 사실은 같은 당파이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쪼개고 합치곤 한다.

이런 경우 사실 당을 바꾼 것은 아닌 데도 정당 이력은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정치 경력깨나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겐 더 불리한 제도다. 정치인 자신이 아니라 정치판이 바뀌어 생기는 누더기 기록까지 당사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민주당에선 정당 이력제에 대해 턱도 없는 소리로 여길 것이다.

지역 정당인 자유선진당도 찬성하지 않을 것 같다. 여야 두 메이저 정당과 지역정당을 오간 경우가 많은 대전 충청의 선거직 인사들은 깔끔한 이력서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는 정치 이념이 크게 다른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락가락 한 진짜 무소신 정치인들이 선진당에도 꽤 있다.

박성효 최고위원의 제안은 내심 이런 인물들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에서 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옮겼다가 다시 선진당으로 들어온 염홍철 시장도 주요 타깃에 들어 있을 것이다.

정당 이력제는 정당의 ‘역사’가 가장 긴 편인 한나라당한테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박성효 최고위원처럼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정치 신인들에겐 불리할 게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리한 다른 당과 대부분의 기성 정치인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의 범죄 전과(前科) 공개 기준을 확대하자는 내용의 전과 공시제는 정당 이력제보다 더 긴요한 제도다. 수천,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먹었다 벌금을 물고도 사면을 받아 버젓이 또 출마하는 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다. 또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당선되곤 한다.

만약 선거공보물에 후보자가 뇌물 먹고 감옥살이를 한 사실은 물론 벌금을 문 전력까지 상세하게 담도록 의무화하면 그것 때문에라도 출마를 꺼리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철면피 정치인이라도 자기 사진 옆에 자기 선거공약과 함께 뇌물 받아먹은 내용까지 포함된 선거벽보를 내걸고, 승산도 분명치 않은 선거에 함부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좀더 깨끗한 국회의원, 시도지사들이 뽑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과 공시제 역시 현실성은 없다. 이 제도에 찬성할 국회의원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기성 정치인 스스로가 대부분 전과자들인데 누가 찬성하겠는가? 전과자들한테 선거 때 자기 자신이 전과자임을 공표하는 법을 만들라는 꼴이니 해보나마나한 얘기다.

정치철학도 소신도 없이 정치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용케 벼슬자리 하나 얻으면 뒤로 부정한 돈 챙겨 그 돈으로 조직관리 하고 선거운동해서 자리를 지키는 '쓰레기 정치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당 이력제와 전과 공시제는 이런 '불량품들'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이긴 한데 현실로 옮기기는 지극히 어렵다.

그런데도 박성효 최고위원이 이런 얘기를 또 꺼낸 것은 염홍철 시장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최고위원은 작년 지방선거 때도 염 시장을 ‘정치철새’로 비판하면서, 염 시장의 ‘전과’를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넣어 논란을 빚었다.

박 최고위원의 제안이 우리 정치풍토를 바꿀 만한 아이디어지만 특정인을 겨냥해서 나왔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혹 “내가 시장 시절 당한 대로 되갚아주겠다”는 정치적 의도라면 더욱 그렇다. 과학벨트 사수라는 중대한 지역현안을 놓고 전·후임 시장이 다투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 /김학용·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세종 넘어가는 구즉세종로 교통사고…사고 수습 차량 우회를
  2. 대전교육청 도박 '예방'뿐 아니라 '치유' 지원도… 교육위 조례 개정안 의결
  3. 한국·일본에서 부석사 불상 각각 복제중…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4. [유통소식] 대전 백화점 빅3, 가을 맞이 마케팅으로 '분주'
  5. 전 장관, '해수부 이전' 불가피성 강조...여전한 우려 지점은
  1. [사이언스칼럼] AI시대에 한의학의 방향
  2. 충청권 13일 새벽 폭우·강풍 예고…최고 120㎜ '침수 주의를'
  3.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4.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5.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중3 때 진로 정하고 입학, 대기업·공무원 합격

헤드라인 뉴스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일본 대마도에 돌려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일본 현지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각각 동일한 모양의 불상을 제작하는 복제에 돌입했다. 일본 측은 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인 불상을 관음사로 모셔 신자가 친견할 수 있도록 복제 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에서는 상처 없는 약탈 이전의 온전한 불상을 제작하는 중으로 1330년 고려시대 불상을 원형에 가깝게 누가 만들 수 있느냐 견주는 시험이 시작됐다. 11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5월 일본 관음사에 돌려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쓰시마(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대전 도심 속 온천관광 랜드마크인 '유성온천 문화체험관'이 첫 삽을 뜬다. 11일 유성구에 따르면 유성온천 문화공원 두드림공연장 일원(봉명동 574-5번지)에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건립 공사를 오는 15일 착공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온천지구 관광 거점 조성 공모 사업'에 선정된 이후 추진됐으며, 온천 관광 활성화와 지역 대표 축제인 '온천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유성온천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험관은 국비 60억 원을 포함한 총 198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과 금강 남측 생활권을 잇는 '금강 횡단 교량'이 2032년 수목원로~국토연구원 앞쪽 도로 방향으로 연결된다.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은 9월 11일 오전 10시 e브리핑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강 횡단 교량 추가 신설은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에 맞춰 원활한 교통 소통의 필수 인프라로 꼽혔다. 국책연구단지 앞 햇무리교를 사이에 두고 이응다리 쪽이냐, 반곡·집현동 방향에 두느냐를 놓고 여러 검토가 이뤄졌다. 햇무리교와 금남교는 현재도 출퇴근 시간대 지·정체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행복청은 이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