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왕도 정년이 있는 나라, 부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진도]왕도 정년이 있는 나라, 부탄

[논단]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승인 2013-05-09 14:33
  • 신문게재 2013-05-10 20면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얼마 전 상영한 '방가방가'라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기억하는가. 동남아 사람 같은 외모에 취업낙방의 달인인 주인공이 부탄 사람 '방가방가'로 위장 취업해 겪는 글로벌 시대 우리 젊은이들의 눈물겨운 취업분투기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부탄을 선택한 이유가 재미나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아무도 모를 것이기 때문에 면접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 실제로 적중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있는 인구 70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신비의 나라다.

최근 식자들 사이에서 부탄 열풍이 서서히 불고 있다. '부탄의 행복'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부탄은 행복지수가 세계 1위고, 부탄 사람의 97%가 행복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부탄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사실에 의아심을 느낀다.

필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2년 전에 부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에 부탄 사람들에게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했었다. 답변하는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에 머쓱해진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대단히 실례라는 사실을 며칠 전 다녀온 두 번째 방문을 통해 깨달았다.

부탄 사람의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고단하기 짝이 없다. 부탄 국민 대부분은 평균 해발 2000~3000m 고산의 비탈길 농지를 개간해 생활한다. 먹거리 대부분은 자급자족하지만, 의복 등 나머지 필수품은 사야 한다. 웬만한 집은 품앗이로 마을에서 생산되는 나무와 흙으로 짓는데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시골 마을에서 수도 팀푸까지 걸어서 몇 주가 걸리는 마을도 있고, 자동차 도로가 잘된 곳이라 해도 좁고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려면 위험하다.

많은 부탄사람이 이 같은 고단한 삶을 거부하고 도시로 몰리고 있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는 벌써 인구의 15%에 달하는 1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팀푸 시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식수를 공급하지 못하며,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교통 혼잡과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택문제다. 웬만한 아파트(방 3개)는 팀푸시민의 평균 임금에 가까운 월 150~200달러는 내야 한다.

부탄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다. 그럼에도, 외국 여행객의 눈에 비친 부탄은 분명히 행복한 나라다. 부탄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궁핍하지만 가난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걸인이 없고, 거리가 청결하며, 빈부의 격차가 크지 않아 욕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탄사람들은 매우 겸손하고 친절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자부심이 강하다. 부탄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경관, 사람들의 소박한 삶, 느리지만, 여유 있는 생활, 힘들지만 서로 돕고 돌보는 가족관계와 공동체 의식 등.

부탄이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정 지표로 삼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부탄은 국민행복을 위해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의 통합적 발전을 추구한다. 최빈국임에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힘쓰는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부탄은 2005년부터 국민 행복을 측정하고자 지표를 개발하고 2008년부터 2년마다 9개 영역에 걸쳐 행복도 조사를 하고 있다. 2010년에는 국민의 1%가 넘는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한 사람당 조사 시간이 무려 4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부탄정부의 진정성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GNH 개념을 도입한 부탄의 4대 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왕위를 아들에게 이양하고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왕의 정년을 다른 관리들과 마찬가지로 65세로 정했다. 당시 국민은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에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왕은 “국민이 행복하려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을 설득했다.

부탄은 근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지금보다 나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것과는 다른 길이어야 한다. 부탄 정부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부탄이 온전한 발전을 해서 제3세계에 새로운 발전의 길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부탄은 가난한 나라다.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국제사회가 아니 우리 스스로 부탄이 진정 행복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함께 모을 것을 제안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동남서-압구정KM 성형외과, 마약범죄예방 나선다
  2. 한덕수 대행 “직면한 위기, 제가 해야하는 일 하고자”… 총리 사퇴
  3.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4. 보이스피싱 예방, 우리가 앞장선다
  5. [르포] "안전한 게 맞나요?"…관저다목적체육관 천장 낙하에 불안 고조
  1. 대전관광공사.과학산업진흥원 이달 원도심 행… 산하기관 이전 신호탄
  2. 대전시, 국토부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공모 최종 선정
  3. 충남교육청 장애학생 위기행동 중재 지원 강화 "모두가 안전한 학교로"
  4. 도시재생 뉴딜사업 핵심 어울림그린센터 본격 착수
  5. 청주공항 활성화에 대전시 힘 보탠다

헤드라인 뉴스


최상목까지 사퇴,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통령 대행… 사상 초유

최상목까지 사퇴,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통령 대행… 사상 초유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사표를 제출하면서 국무위원 서열 4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3 대선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파면 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책임지겠다던 한 총리와 최 부총리가 모두 약속을 파기하면서 정치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상정에 앞서 본회의장을 떠났고 오후 10시 30분 전후 사의를 표명했다. 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와 집무실에서 최 부총..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나..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어린이날 특별한 추억 선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어린이날 특별한 추억 선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5월 5일 아기 반달곰의 백일잔치를 포함해 다양한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 유일의 행사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베어트리파크는 5월 1일부터 6일까지 무료 체험과 나눔, 마술쇼, 버블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5월 5일에는 아기 반달곰의 백일잔치가 열리며, 관람객들은 마술과 버블쇼를 즐기며 아기 반달곰의 새로운 이름을 짓고 축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외에도 5월 1일과 6일에는 입장객에게 선착순으로 새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