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나라'에서 돌아온 8살, 그 아픔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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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나라'에서 돌아온 8살, 그 아픔을 아시나요?

베트남으로 보내진 어린이 수만명 추정, 돌아와도 적응 어려워 대전 다문화대안학교 'R·스쿨' 큰 도움

  • 승인 2014-05-19 18:33
  • 신문게재 2014-05-20 6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오늘 세계인의 날… '또 다른 중도입국' 다문화가정 이혼 자녀들

최근 본보 편집국으로 독자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5월 가정의 달 특집으로 보도된 지난 2일자 '중도입국 자녀가 울고 있다' 기획기사를 읽었다고 밝힌 독자는 기자에게 “중도입국 자녀보다도 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이혼 자녀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독자의 설명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의 나라로 보내져서 자라다 초등학교 입학시기를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또 다른 유형의 중도입국 자녀'인 셈이지만 이런 상황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통칭하는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대전에 사는 8살 윤서(가명)양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자 5살 때 엄마의 친정인 베트남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외조모와 함께 생활해야 했다.

그리고 3년 뒤인 올 초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엄마는 윤서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했지만 윤서는 한국말도 한국 문화도 잊어버렸다.

국적과 외모는 여전히 한국인이지만 베트남어를 하고 베트남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윤서의 내면은 베트남인이 되고 말았다.

윤서처럼, 다문화 가정 부모의 이혼 등으로 엄마의 나라인 베트남으로 보내진 한국 국적의 어린이는 수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트남으로 보내진 아이들은 현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방치되기 일쑤며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가 돼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같은 어린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고 어린이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보니 관련 당국에서도 구체적인 지원책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8살 윤서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공교육의 틀 안에서 윤서가 적응할 수 없었던 상황. 대신 윤서는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한국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정책의 사각지대를 민간단체가 메워준 셈이다.

윤서가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문화를 익히고 있는 곳은 대전의 다문화대안학교인 'R·스쿨'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R·스쿨'(교감 장광진 박사,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다른 다문화 가정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점심도 먹는다. 덕분에 내년쯤이면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문화대안학교 'R·스쿨'은 뜻있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예산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송대와 대전대, 건양대 학생들의 도움으로 자원봉사를 운영하고 있다.

교감 장광진 박사는 “R·스쿨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운영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우리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총무 김영호씨는 “정부가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나라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아버지가 한국사람이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국적도 갖고 있지만 어머니의 나라에서 키워지는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문화가정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좀 더 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문화' 1세대 뿐만 아니라 2세대인 자녀 세대가 겪고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른 '맞춤형'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5월20일 세계인의 날(Together Day)은 다양한 민족ㆍ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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