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8살 뇌병변장애 건우 '병원찾아 삼만리' 왜?

[월요포커스] 8살 뇌병변장애 건우 '병원찾아 삼만리' 왜?

2살때 교통사고로 장애 1급판정, '건우법' 등 병원건립 여론 확산 국내 '어린이 재활병원' 없어… 긴 치료 대기 속 6년째 전전

  • 승인 2015-11-01 16:31
  • 신문게재 2015-11-02 1면
  • 김의화·송익준 기자김의화·송익준 기자
▲ 그래픽=연선우 기자
▲ 그래픽=연선우 기자

8살 건우는 두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몸이 틀어져버리는 건우는 매일 엄마와 병원에 가야 한다. 6년째 병원생활을 하는 건우에게는, 병원이 세상의 대부분이자 생을 이어가는 곳인 동시에 세상을 배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에 마음대로 머물 수 없다.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 서울과 인천 등지까지 떠돌아다닌 '건우'에게, 8살 그 작은 몸을 눕혀서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하나를 우리 사회가 마련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대전지역에 등록된 장애아동(0~18세)은 2982명, 그 중 1, 2급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아동은 1821명이다. 기본재활치료가 필요한 인원이 중증장애아 포함 2000명 이상이고,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인원이 최소 500명 이상이다.(2014년 기준)

그러나 중증장애아동이 안정적으로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 재활병원은 현재 전국에 한 곳도 없다. 일본에 180개, 독일 140개, 미국 40여 곳의 어린이재활병원이 있지만 국내에는 내년 봄 서울 마포에 문을 열 예정인 '국내 최초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 1곳이 유일하다.

대전에서 소아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입원치료의 경우 대전지역 전 병원을 합해서 30병상이 안된다. 그나마 장애 발견 초기에 집중치료시설이 없어서 대부분 서울소재 재활병원으로 향한다. 소아 낮병동은 건양대, 보람병원, 대전충청재활센터 등 3곳에 약 50명을 수용한다. 대기자가 많다보니 입원기간이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에 그쳐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외래치료는 대전 11개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치료서비스 부족으로, 오전 외래치료는 평균 2개월 이상·대학병원 오후 외래는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치료시설 부족으로, 잦은 치료대기와 중단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전국의 재활병원이나 재활의학과를 전전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중증장애아동들은 의무교육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소아낮병동이 있는 2개 병원(건양대소아재활센터, 보람병원)에 3개 학급이 개설됐으나 해당 병원의 입원기간에만 교육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교사와 교실 부족으로 수업의 질적 문제도 발생한다. 중증장애아동들이 병원에서 마음 편히 치료받으며 학교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해법으로 어린이 재활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건우 군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대전 서구을)이 지난달 26일 '지방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일명 건우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설립과 운영에 드는 경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재원마련의 보장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정치권까지 나서며 힘을 모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지 마련과 재원 확보 등 ‘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해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 없이 병원 건립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건우 아빠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씨는 “일본의 한 중증장애인이 24시간 활동도우미의 보조로 술자리에 있는 사진을 봤다.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사진을 보며 장애는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증장애아동들이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치료와 교육여건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지만 한국사회는 우리 아이들을 모른 척 해왔다”며 “이제는 건우에게 기적을 선물하고 싶다. 치료시설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재활병원을 통해, 사회 안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뛸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건우 아빠의 절절한 바람이, 중증장애아동과 가족들의 눈물의 기도가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그 날을 기원해본다.

김의화·송익준 기자

●[카드뉴스] 건우에게 기적을…대전에 어린이재활병원 필요한 이유


●기사보기-[어린이 재활병원 설립]지자체+기업 힘모아 기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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