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절대 도둑질 하지마!”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앞으로는 절대 도둑질 하지마!”

  • 승인 2016-04-21 17:54
  • 신문게재 2016-04-21 7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전과 9범 50대 남성, 35년 만에 만난 노모와 눈물의 상봉
사연 들은 대전 서부서 강력4팀, 어머니와의 만남 주선


“이제 앞으로 절대 그런 짓하지 마라!”

21일 대전 서부경찰서 형사계. 여든 노모는 오십줄을 넘긴 아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짓이 도둑질”이라면서다. 노모는 “정신 좀 차려라”, “다시 그러면 정말 쫓아내겠다”는 등 아들을 연신 혼내면서도 붙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앞으로 절대 도둑질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라”는 노모의 따끔한 질책에 수염과 옆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이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다짐했다.

“출소 후에는 어머님께 효도하며 성실히 살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노모는 흐느끼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힘껏 안아줬다.

자식의 잘못을 나무라는 어머니와 반성하는 아들, 여느 다른 모자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35년 만에 눈물의 재회를 했다.

참회의 눈물을 흘린 이는 절도 등 전과 9범인 A(52)씨였다. 이날 A씨는 빈 사무실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특수절도)로 구속됐다. 어찌된 사연일까.

A씨는 17살 때 집을 나와 전국 곳곳을 떠돌았다. 그는 섬유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시골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부랑아 생활을 했다. A씨는 절망적인 생활이 이어지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고, 그 죄로 약 15년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의 절도 행각은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 중순까지 대전과 청주지역의 빈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가 범죄에 사용한 도구는 드라이버와 프라이어, 니퍼 등이었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A씨는 철제문이 아닌 나무로 된 출입문을 주로 노렸다. 드라이버나 프라이어로 문 잠금장치를 부순 후 침입해 금고와 서랍 등에 들어있는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

인적이 드문 새벽 1시부터 6시 사이에 범행에 나섰고, 이동은 도로가 아닌 하천을 이용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4일 밤 하천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검거된 A씨는 “교도소에서 형을 마치고 나오면 살 가치가 없다”,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죽어야겠다”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죽고싶다”며 자해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족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가족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하지만 서부서 김태정 강력4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팀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A씨는 어렸을 적 가출한 사실과 그동안의 부랑생활을 털어놨다.

김 팀장은 가족을 찾아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A씨의 제적등본에서 그의 누나가 대전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어머니와의 상봉을 주선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연락에 여든의 어머니는 한 달음에 달려왔다. 35년 만에 만난 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