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섭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장수하는 일명 '명문(名文) 장수기업'들의 공통된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장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중에는 가족기업이 많으며 가족기업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장수기업은 창업 이후 경영 근간을 이루는 기업이념이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생산기술 상품개발 등 물리적 혁신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기업이념이나 경영의 핵심가치는 그대로 계승해 왔다. 즉 기업의 영속을 위해 계승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는 유지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상품과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명문 장수기업들은 이윤추구와 지속성장이라는 본래의 경영적 측면 외에도 사회공헌 측면에서 더욱 모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이윤을 남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한 국가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항상 기업이념을 확인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1919년 설립된 독일의 용접로봇 생산 기업 '클루스'의 경우를 보자. 지난 100년 가까이 지역주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2만명의 소도시 인구 10%를 부양해 왔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 연계와 훈련 지원 등으로 지금도 3대가 함께 일하는 직원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모범적 장수기업을 사회 주요자산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은 물론 기업과 국민 간 상생 조화 협력의 이상적 관계형성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백년 동안 사회의 변화 폭이 커 명문 장수기업들의 출현과 존속이 쉽지 않았다. 단시간에 고도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이념이나 가치를 정립하거나 차기 세대 경영이념으로 전수하는 과정은 도외시한 채 기업의 외형을 키우고 부를 축적하면서 함량 미달의 경영 2·3세들에 대한 부의 대물림, 족벌경영 등과 같은 부정적 인식의 확대를 낳았다.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의 존재는 우리나라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기업경영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들도 그동안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던 사회적 책임 실천에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조금씩이나마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100년 이상의 명문 장수기업을 키울 수 있는 토대 마련에 나섰다.
2014년 '명문 장수기업 육성방안' 마련에 이어 오는 9월말부터 본격적으로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기업을 발굴함으로써 존경받는 기업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시행에 앞서 업력 45년 이상의 후보 기업군을 발굴, 권역별 설명회를 통한 제도 홍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제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책임은 물론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것, 나아가 지역사회와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주가 직원들의 근로환경과 복리후생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직원 스스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과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에 대한 신뢰와 존경으로 이어지고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가능케 함으로써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는 수백년 이상 가는 명문 장수기업들이 많이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섭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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