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집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 |
징집제 국가인 우리나라의 모든 남자들에게는 병역의무가 발생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징병검사를 받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한 길을 걷는다. 하지만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기간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우리를 짓누른다.
어떤 사람들은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스포츠 스타가 군생활로 인해 전성기에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재가 사회와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인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는 한 개인, 특정 단체의 이기심이 앞선다면 절대 지켜 질 수 없다. 병무청에서 예외 없는 병역이행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서 말했듯 병역의무의 무게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는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이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공군에서 만기제대를 하고 독일 프로리그에 진출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24살의 나이에 군복무를 시작해 복무기간을 모두 마치고, 이후 10년간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긴 독일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병역의무가 곧 사회와의 경력단절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평생 해왔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해서 그동안 해왔던 것을 모두 잊어버리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병역의무기간을 사회와의 단절로만 인식한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 한 가지만으로는 살 수 없지 않은가? 병역의무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많은 것을 준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우리 몸에 활력과 건강함을 불어넣어 준다. 다양한 개성을 갖고 모인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보다 폭넓게 친분을 쌓고 사회에 돌아와서도 그 관계를 유지한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병역의무를 다하면서 보다 구체화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징집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제도다. 그리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역의무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힘들고 돌아가는 길보다는 쉽고 빠른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병역의무는 누구 한 명에게만 무임승차를 허락할 수 없다. 설령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존속됐던 제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시대적 상황이 바뀌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나 한 명, 우리 단체의 이익을 생각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금 정말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운집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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