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상철 법제처 차장 |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조례가 위임관계를 통해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법령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법령 개정내용을 제때에 조례에 반영하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법제처에서는 작년 8월부터 전국 243개의 지방자치단체 모든 조례까지 국가법령정보센터 한 곳으로 연결해서 국가법령 5000여건과 조례 등 자치법규 9만6000여건을 한 번에 확인하고, 자기 지역의 조례와 관심 있는 다른 지역의 조례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법령-조례 원클릭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령에서 '조례로 정한다' 등의 규정과 같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경우, 그 규정을 클릭하면 바로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8월부터는 규제를 완화하는 상위 법령의 내용이 조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었을 때 그 법령과 연관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제때에 마련되고 있는지를 신호등 표시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른바 '조례 신호등 체계'를 통해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령상 정비 의무가 있는 조례에 대해서 법령의 시행일을 기준으로 정비시한을 설정한 뒤 정상 추진 중이면 '초록불 표시'를, 시한이 지나서도 개정되지 않으면 '빨간불 표시'를, 개정을 마쳤으면 '파란불 표시'를 국민들에게 바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제는 법에서 규제를 풀었는데도 조례가 제때 마련되지 못해서 지역 주민들이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례 정비에 대한 주민의 감시와 참여를 유도하고, 지방자치단체 간에는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낼 것이다.
최근 일반 국민 3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퍼센트 이상이 '법령-조례 원클릭서비스'를 통해 개정대상 조례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그 중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조례 입안을 직접 건의 ㆍ요청한 경험도 있다고 답했다. 어떤 지방의원은 '법령-조례 원클릭서비스'를 통해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에서 조례로 위임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기 지역의 조례(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산정 및 징수 등에 관한 조례)를 직접 발의하여 정비를 완료하였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법령-조례 원클릭서비스'는 많은 국민들이 조례를 더 쉽고 편리하게 확인해서 내 지역의 조례가 무엇이고,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조례가 필요한 것인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들이 이른바 '시민입법자'로서 법에서 규제를 풀었는데도 이에 맞추어 개정되지 않은 조례는 없는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불합리한 기준을 담고 있는 조례는 없는지를 감시하고 조례 정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제때에 꿰매는 한 바늘이 아홉 바늘을 던다'는 속담이 있다. 상위 법령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면 이를 제때에 조례에 반영해야 비로소 지역 주민들이 규제완화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법령정보의 공개와 알림을 원칙으로, 조례 정비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는 '법령-조례 원클릭서비스'를 통해 조례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계속 켜져 있기를 기대한다.
황상철 법제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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