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택 대전시장 |
K씨의 이야기는 실제 사례가 아니지만 가끔씩 꺼내 상상해본다. 우리시가 최근 준비한 스토리투어 때문이다. 시는 시민단체 및 현장 활동가와 연대해 1년간 야심 차게 준비했다. 근대문화도시로서 원도심의 풍부한 스토리와 자연자원을 연계해 대전을 대표하는 스토리 5개 코스를 내놓았다. 타 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투어와 차별성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찾아보고 지식과 정보를 얻는 문화유산탐방이 아니라 힐링이라는 콘셉트를 담아 감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했다.
1코스는 근현대역사투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옛 대전형무소와 관사촌,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현장을 둘러보는 코스다. 옛 대전형무소는 안창호, 여운형 등 독립 운동가들이 수감되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우익인사들이 처참하게 죽어간 우물과 망루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골령골은 수많은 좌익인사들이 망령이 떠돌아다니는 비극의 현장으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곳에 한국전쟁 추모공원을 설치하기로 확정했다. 벌써 학교로부터 단체관람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역사를 모르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단순한 교육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통합과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비극의 현장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코스는 원도심 휴먼스토리투어다. 원도심에는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이 산재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한 투어가 이루어지고 있다. 휴먼스토리투어는 이러한 공간 탐방이 아니라 원도심에서 수십 년간 한 길만을 고집스럽게 걸어온 분들을 만나 삶을 들어보는 투어다. 예전 같으면 보잘것없는 직업이라고 치부하고 말일지만 세대와 패러다임의 변화로 우리는 그분들을 장인 또는 명인으로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그분들 중에는 매일 같은 시간 성당의 종을 울리는 분도 있고 시장 한 귀퉁이에서 풀빵을 브랜드화 한 분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울림이 있다. 좋은 것, 편한 것만을 추구하고 타인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3코스, 4코스, 5코스는 새벽 힐링 투어다. 보문산과 대청호, 갑천 상류를 찾아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출발시각이 새벽 5시다. 여명이 시작되기도 전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투어가 시작된다. 지난 9월 2일 시민들과 함께 갑천 상류지역을 사전 답사했다. 새벽녘의 제방 길을 걷고 익어가는 벼 이삭을 보면서 가을의 새벽을 맞이했다. 운이 좋으면 벌을 감싸고 있는 산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도 있다. 영화 '클래식' 주인공이 소달구지를 타고 물장구를 치던 두계천을 찾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아련한 옛 추억들이 떠올랐다. 이처럼 대전 스토리투어에는 소박하고 잔잔한 감동들이 살아 있다.
가을이 문턱에 들어섰다. 바쁜 일상생활에 지치고 힐링이 필요한 분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두 눈에 고이는 감동의 눈물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대전으로 오세요. 울림이 있는 가을 스토리 여행을 통해 행복을 느껴보세요.
권선택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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