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갑 중구청장 |
오늘 필자는 뿌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식물에만 뿌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만물에는 뿌리가 존재한다. 우리 사람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뿌리와 가지 그리고 열매로 비유할 수 있다. 뿌리는 나를 낳아준 부모를 비롯한 조상이며, 가지는 나와 피를 나눈 형제를 비롯한 친척이며, 열매는 나의 자녀를 비롯한 후손으로 볼 수 있다.
1973년 에티오피아 아와시 강가에서 발견된 루시는 현생 인류 이전에 존재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일종의 원인(猿人)이라고 한다. 키 약 107㎝, 몸무게 28㎏, 나이 25세로 추정된 루시가 인류의 가장 오랜 직접 조상으로 꼽히는 이유는 직립보행 때문이다. 루시의 활동 시기는 약 318만 년 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꽃과 잎을 떨어뜨리고 죽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가지에 싹이 나와 잎이 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조상이 지금 고인이 되었다고 해서 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상은 이미 흙으로 돌아가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부모의 유전자가 내 몸속에 흐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유전자를 형제들과 나누고 또 후손에게 이어가게 하고 있으니 자연의 위대한 섭리가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대하고 웅장한 인류 역사의 흐름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뿌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알렉스 헤일리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 뿌리는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다.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노예로 납치돼 미국으로 끌려온 아프리카 소년 쿤타 킨테와 그 후 200년간 그의 후손이 겪는 뼈아픈 역사를 그렸다. 주인공 쿤타 킨테는 아버지로부터 만딩카족 용사의 자존심을 이어받은 불굴의 사나이다. 그는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뜨거운 정열을 자자손손 후대에 전해 끝내 해방을 쟁취한다. 그런 점에서 노예가족이 7대에 걸쳐 겪는 처절한 삶을 그린 뿌리는 결국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승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신의 뿌리에 관한 가장 방대한 기록물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우리처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족보를 만들고 전해오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자신의 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족보를 과거에 머물러 있는 책으로 간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족보는 훌륭하신 조상의 면면을 기억하며 가르쳐서 후손들이 사회에 나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키울 수 있는 뿌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중구에 있는 뿌리공원은 전국 유일의 효와 성씨를 주제로 조성된 테마공원으로서 옛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는 한국족보박물관과 효문화마을,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효문화진흥원 등 대한민국 최고의 '孝' 인프라를 갖춘 인성교육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전국에서 찾은 문중어르신ㆍ청소년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며 효의 의미와 조상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매년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뿌리와 조상을 알리기 위해 불원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찾아와 선비복장, 장군복장 등 각 문중을 대표하는 전통복장으로 분장하고 문중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각 문중을 대표해 축제에 참여하는 수천 명의 어르신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감동을 느낀다.
며칠 후면 이곳에서 제8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 손을 잡고 축제에 참여해 효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새기고 조상의 뿌리를 체험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용갑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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