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보통 속에 존재하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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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보통 속에 존재하는 기적

  • 승인 2016-10-06 10:42
  • 신문게재 2016-10-07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 조미경 한밭도서관
▲ 조미경 한밭도서관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이다.'

다소 의아하게 들리는 문장으로 담담하게 시작 되는 이 책은 남들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아름이는 17살에 사고로 아이를 가지게 된 대수와 미라의 아이이며 조로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조로병은 남들보다 노화가 빨리 진행 되는 병이다. 아름이의 표현처럼 무럭무럭 늙고, 남들의 한 시간은 하루와 같고 한 달은 일 년쯤 되는 것이다. 이 병은 딱히 치료법도 없고 10살 이상 생존하는 것이 기적일 만큼 절망적이지만, 아름이 가족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17살에 준비되지 않은 채로 일찍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거나 좌절 하지 않는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것과 힘든 생활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에서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범죄와 달리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고 TV 프로그램 출연을 자청하여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아름이 역시 대수와 미라 못지않게 어른스러움을 보여준다. 엄마의 걱정 어린 말에는 유쾌한 유머로 답하며 걱정을 덜어주고, 철없이 굴던 아빠의 행동의 변화를 보며 성장함을 알아차리는 모습 역시 17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창비 刊
▲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창비 刊
책과 부모님이 친구의 전부이던 아름이에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처럼 불치병에 걸렸다며 연락해 온 '이서하'라는 아이는 부모에게 말 할 수 없던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이에겐 큰 위로이지 않았을까 ?

그러나 '이서하'라는 아이는 보다 사실적인 이야기를 방송하고 싶던 시나리오 작가였음이 밝혀진다. 아름이도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 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병을, 느끼는 감정을 이용하려 하는 것처럼 생각 되지 않았을까.

아름이가 출연한 TV프로그램의 PD가 '이번 편은 대박이 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아름이 가족에게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는 것이니 나쁠 것 없지만 누군가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박'이라 표현되며 기쁨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아름이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 했을 것이다.

아름이가 친구라 여기던 또 다른 한 사람 장씨 할아버지가 이야기의 끝 즈음에 '세상은 참.. 살아 있는 것 투성이구나. 그지?' 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다. 17살과 노인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에게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의미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장씨 할아버지가 아름이가 마시고 싶다던 소주를 같이 마실 때 아름이는 '어쩐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표현한다. 이런 부분에서 인생의 끝을 공통점 삼아 두 사람이 친구로 지내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름이는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아 힘든 삶을 산 부모에게 다음엔 자신이 부모가 되어 나 때문에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드리겠다 말하고, 잊고 살았던 부모의 예전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들어 청춘을 추억하게 한다. 17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름이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굉장히 어른스럽다 느껴지며 감동적이었다. 17살 까지 살고 있는 아름이를 보며 사람들은 기적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름이가 원하는 기적은 '보통 속에 존재하는 기적' 이었다. 보통의 삶을 살고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을지 모르는 일들을 기적이라 표현하는 것을 보며 지겹게만 느껴지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순간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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