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전국체전, 울분의 민족체전임을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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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돋보기] 전국체전, 울분의 민족체전임을 잊지 말아야

  • 승인 2016-10-06 10:46
  • 신문게재 2016-10-07 10면
  • 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문현 교수의 스포츠 돋보기]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7일 오늘은 1920년 7월에 시작된 전국체육대회가 97회를 맞는 뜻깊은 날이다.

충남 일원에서 개최되는 이번 체전에는 47개 종목(정식 45, 시범 2)에 3만 2000여명의 선수와 임원, 심판, 운영요원들과 17개 시·도와 이북 5도 및 해외동포선수단 등이 참가한다.

이렇게 즐거운 체전이 1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일본은 1904년 2월 23일 러일 전쟁을 일으킨 2주 후,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를 강압적으로 체결했다. 그 후 이토 히로부미는 궁궐을 포위하고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찬성을 얻어 1905년 11월 17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해 우리의 주권을 빼앗았고,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했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다음해인 1906년 일본은 헤이그밀사 사건을 이유로 고종 황제를 강제로 퇴위, 한국군대를 해산했다. 본격적인 식민지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이토는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더 강력한 식민정책을 추진해 2만 2000명의 일본인 헌병대를 편성하고 민족 지도자 2만여 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이때부터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하게 내재된 연합운동회가 활발히 열리자, 일제는 연합운동회를 금지하는 탄압을 가했다.

1919년 일제의 탄압에 항거한 3·1 독립만세운동이 1년여 간 계속되자 충격을 받은 일본은 문화정책을 펼쳤다.

이 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태어났다.

두 신문은 “우리민족의 장래를 위해 우리겨레의 몸과 마음을 굳건히 단련시켜야 한다“며 민족체육진흥에 앞장섰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한반도는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민족정신 함양의 기능을 활용해 우리 민족의 몸과 마음을 튼튼히 만들어 광복의 발판으로 삼고, 일본인이 조직한 “조선체육협회”에 대응할 단체가 필요하다는 취지 아래 민족지도자들이 모여 1920년 7월 13일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의 전신)를 창립했다. 1920년대부터 우리선수들은 일본인들이 주최하는 대회에도 참가하여 민족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일본을 제압했다. 일제하의 스포츠 활동은 민족주의 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우리 국민의 울분을 해소하는 장(場)이기도 했다. 이 당시 일본과의 운동시합은 단순한 운동시합이 아닌 독립운동 그 자체였다.

일본인의 의심을 피해 치러진 체육행사들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손기정)을 전후해 조선인들의 경기력이 급상승하게 됐다. 항일 의식이 거세지는 과정에서 일본은 1938년에 조선체육회를 강제 해산하고 민족체육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조선경기대회(전국체전의 전신)를 중단했다. 1945년 8월15일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게 된다. 광복 후의 전국체전은 줄곧 우리 민족의 화합과 민족정신을 일깨우며 한국의 스포츠 성장에 산파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특히 해외동포선수단의 입국은 그리운 고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고, 우수 선수 및 지도자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전국체전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켜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에 앞장섰다.

지역 순환개최는 전국 시도의 균형 발전을 견인했으며, 지역 경제 발전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다 줬다. 이토록 많은 역할을 해 온 지금의 전국체전에 대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토록 어려웠던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독립과 민족화합을 이끌었던 민족체육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행사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선조들의 피와 목숨으로 물려받은 우리민족의 역사적 유산이며 민족체전인 전국체육대회가 아픔과 울분의 민족체전이었음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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