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희망+충청]‘청탁금지법’ 본격 시행…저녁이 있는 삶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행복·희망+충청]‘청탁금지법’ 본격 시행…저녁이 있는 삶

  • 승인 2016-10-09 14:13
  • 신문게재 2016-10-09 8면
  • 구창민 기자구창민 기자
[2016 아젠다 행복·희망 플러스 충청] 청탁시행법 시행으로 바뀐 일상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풍속도가 달라졌다.

이른바 ‘3`5`10’ 규정 이상의 금액을 지출하지 않게 됐으며 회식과 접대가 줄어들면서 저녁이 있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법 시행 전 대기업 홍보과에 다니는 회사원 구 과장(44)은 주말이 평일보다 더 힘들었다.

매번 금요일 저녁이 되면 사업과 관련된 손님과의 술자리 접대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간 다음날은 힘든 몸을 이끌고 접대 골프를 나가야 했다.

구 과장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가 포함된 주말이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다.

법 시행 이후 구 과장의 생활상도 크게 달라졌다.

점심 접대 차 코스요리나 고급한식당 등을 찾던 발걸음이 육개장이나 순대국밥 등 저렴한 가격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들 식당에서도 본인이 먹은 것은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은 “사줄 수도 있는 식사자리지만 더치페이하기로 했다”며 “일단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나더라도 각자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과가 끝나면 김밥 한두 줄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TV를 보며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날이 많아졌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친구들과 저녁을 해결하기도 한다. 고급 음식점보다는 비싸거나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

항상 업무 탓에 접대하던 술자리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졌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외부인과는 물론, 직원들과도 술자리 한 번 하지 않았다.

가끔 직원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도 마련해야 하지만, 법 시행 초기인 지금은 초긴장 상태다.

구 과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식사자리는 그냥 해도 상관없지만, 행여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싶어 일단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된다”며 “일부 부서는 식사 때마다 몇천 원씩 걷는 게 번거로워 과장부터 막내 직원까지 밥값을 각출해 모아놓고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말 그가 찾은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대형예식장 주말마다 홀 앞에 화환으로 가득 차 줄이어 있던 풍경은 사라졌다. 홀마다 3~4 개의 화환만 서 있을 뿐이다.

하객들도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은 내지 않았다. 결혼식 이후 접대하는 뷔페 식사조차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예식장 측에 문의도 쏟아지기도 했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참가해야 했던 경조사가 법에 저촉될지 몰라 축의금, 부의금만 보내게 됐다.

이에 따라 저녁 약속과 모임이 크게 줄자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각종 회식과 약속에 밀려 그동안 멀리했던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운동도 새로 시작했다.

청탁금지법 덕분에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벌면서다.

인간관계가 팍팍하고 주변의 사람을 잃는 것 같은 상실감을 자신에 대한 투자로 보상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 과장은 “분위기와 잦은 야근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도 외부 약속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더 굳어지는 것 같다“며 ”확실히 저녁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4.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4.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5.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