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인 대덕대 총장 |
이 법은 속칭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촉발된 고위공직자의 부정청탁, 금품수수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전·현직 고위 법조인들의 뇌물 등 금전 수수 규모가 수억원에 이르는 걸 보면, 이 문제를 척결하는 데 얼마나 유효할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의 정착까지 많은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당초 취지대로 고위공직자 부패를 근절하는 데 법제정의 초점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문제 해결에 집중했더라면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우리사회를 청렴한 사회로 성숙시켜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서해안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단속하는 해경 고속정을 침몰시키자 해경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한 지 불과 2년 만에 해경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돌아보면, 해경의 수사권을 경찰청으로 이관하고 조직전체를 국민안전처의 해양경비본부로 이관해서 재편한, 당시 해결책이 근본적 문제의 정확한 진단 후에 이뤄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법조업단속은 해군도 안 되고 유일하게 해경만이 할 수 있는데, 조직과 인력을 감축해 놓았으니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질 현실을 왜 예상하지 못했는지도 의문이다. 해경을 부활하자는 지금도,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문제해결의 알고리즘(Feynman Algorithm)으로, “첫째, 문제를 쓴다. 둘째, 곰곰이 생각한다. 셋째, 답을 쓴다”를 제시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우리사회에 이 로직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피상적 현상만을 보고, 그럴듯한 해결책을 찾아서 빨리 해결하려고하기 때문이다. 설사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다 해도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게임룰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필자는 지난 8월 1일 대덕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관선이사가 파견된 상황에서 대학의 현안들을 해결하라는 미션을 부여받고 총장이 되었다. 두 달 반 정도를 일해 오면서 우리대학 문제에 대해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와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총장으로서의 책무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일 큰 고민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며 섣부른 개편방안을 제시할 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여러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105명 교수 전원과 30명 넘는 초빙교수들을 면담했다. 현재 75명의 직원들과 만나는 중이다. 그간 언론보도와 공식적 비공식적인 자료에서 제기한 문제점은 물론, 교직원 개개인이 인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때,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기대하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필자는 대학과 창성학원에 이해관계나 연고가 없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에서 공명정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자신이 있다. 우리 구성원 모두, 이런 총장의 의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그간 대학과 구성원이 겪었던 갈등을 해소하고 대학발전에 필요한 혁신안을 제시할 때 한마음으로 성원하고 동참해주리라 기대한다. 그것이 지역사회와 교육계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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