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의 틀을 바꾸다]고객의 마음 꿰뚫는 자, 블루오션을 선점한다

[벤처 창업의 틀을 바꾸다]고객의 마음 꿰뚫는 자, 블루오션을 선점한다

  • 승인 2016-10-23 12:00
  • 신문게재 2016-10-24 20면
  • 세종=이경태 기자세종=이경태 기자
●벤처 창업의 틀을 바꾸다 - 1. 고객을 먼저 만드는 린스타트업

100개 가운데 98개는 실패한다는 창업시장.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의 벤처창업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을 뿐더러 해외에서도 활발한 창업 분위기 속에서 제2의 벤처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닷컴시대의 거품이 걷히면서 벤처창업시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히 기술을 중시하는 창업보다는 고객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의 창업 전략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든 서비스업계의 일반적인 영업방침인 '고객은 왕'개념을 뛰어넘어 고객들의 절실한 문제와 불만을 해결해주는 공감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는 데서 벤처창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린스타트업의 기본적인 개념을 통해 무작정 뛰어들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닌, 고객을 우선 만들고 기술을 접목하는, 기존 벤처기업의 창업 틀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현상 유퍼스트 대표가 해외 현지 박람회에서 '누구나 넥밴드'를 소개하고 있다.
▲ 이현상 유퍼스트 대표가 해외 현지 박람회에서 '누구나 넥밴드'를 소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일단 저질러보자' 유행
1차 시대, 우후죽순 생겨 수많은 실패사례 생성
현 2차시대 경연·공모전 등 통해 자금 지원받아


▲'Just Do It' 방식은 끝났다=지난해 문을 닫은 대전 유성의 IT 개발업체인 P사는 1년간의 부풀었던 장밋빛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좌절의 쓴맛을 봤다. 당초 개발자 3명, 디자이너 2명, 회계담당자 1명을 보유한 IT업체로 출발한 P사는 결국 1년 만에 개발자 1명만 남기고 운영하다 나중에는 개발자와 대표 간 소송전으로 생을 마감했다.

개발자의 출중한 코딩 능력에 IT 사업에는 문외한인 대표가 무작정 사업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소규모 외주 용역 프로그램 개발 소득과 각종 정부 공모전 참여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던 P사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했으며 타깃 고객도 한 달에 수차례나 바뀌었다.

IT 업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대표 자신의 재정적 손실은 물론, 직원들의 1년을 허송세월로 내몰았던 것이다.

유명 스포츠용품 기업의 카피문구인 'Just Do It'의 의미인 '일단 저질러보자'방식이 창업시장에서 이제는 위협요소로 뒤바뀐 사례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시대에 기술기반의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을 때에서 비롯됐다.

벤처 및 창업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을 시작으로 한국에 벤처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게 됐다. 이듬해 코스닥증권(주)이 설립됐다.

1998년 실험실 창업운동이 활성화되면서 1999~2001년까지 벤처 붐이 일었다. 이 기간이 1차 벤처 붐 시기였다. 이후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동안은 벤처의 빙하기로 불린다. 1차 벤처붐 시기에 성공신화에 묻혀버린 수많은 실패가 현실화되면서 벤처 거품이 급속히 걷혔던 시기로 알려진다. 이후 2013년부터 2차 벤처붐 시기로 창업 관련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현 정부 임기가 종반으로 접어들어 창업과 관련된 예산이 풀리면서 그야말로 창업과 벤처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2차 벤처붐 시기에는 1차와 다른 분위기가 탐지된다. 기술력만 믿고 무작정 창업시장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이미 활성화된 각종 경연과 공모전을 통해 우선 최소한의 자금 지원을 받고 시작해보는 예비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펀드, 크라우드 펀드 등 민간영역에서의 펀딩을 받아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활성화되면서 예비창업을 위한 준비기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경향으로 급속도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에릭리스, 선 고객확보 후 제품제조 방식 개발
美 실리콘밸리서 인기… 세계적으로 관심 집중
최소 기능제품 '즉각적 개선' 완전하게 탈바꿈




▲고객 개발을 통한 최소기능제품, 린스타트업=기술 기반이 아닌, 고객을 우선 만들고 최소기능제품을 만들어서 고객 반응을 살핀 뒤 개선과정을 거쳐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린스타트업의 기본 골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인 에릭리스(Eric Ries)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린 제조(lean manufacturing) 방식을 본 뜬 창업 방식이 바로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2011년 에릭리스가 '린스타트업'이라는 저서를 미국에서 출간한 뒤 실리콘 밸리에서 인기를 얻었고 세계적으로도 린스타트업 방식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릭리스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린스타트업 머신은 해당 창업 방식을 3일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다양한 사업에도 투자를 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착안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슬로건인 'Get Out Of the Building(건물 밖으로 나가라)'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Fail Fast, Succed Faster(빨리 실패하지만 더 빠르게 성공한다)'를 통해 개선사항을 즉각적으로 찾아나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새로운 수요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을 먼저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 가운데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이 린스타트업의 핵심이다. 타깃이 되는 최소규모의 고객을 찾고 그들의 불편한 점과 당장 해결했으면 하는 문제를 직접 청취하고 고객의 반응 살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제품이다. MVP를 제시하고 개선사항을 즉각적으로 찾아 완전한 제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린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목표인 셈이다.

트레버오웬스(Trevor Owens) 린스타트업머신 대표는 “현재 혁신은 매우 중요하며 다만 최근의 경제는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우선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린스타트업은 창업가들에게 무엇이 시장에 맞는 제품인지를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유퍼스트, 고객문제 중점둬 진가 발휘한 기업
개발비만 2억 투입… 단점 파악 틈새시장 노려
“왜 해당 제품이 나왔는지에 대한 해답에 초점”


▲고객 속 'Why(왜)'를 찾는데서 출발=고객의 문제를 파악해서 찾는 과정을 통해 MVP를 만들고 이를 확장하면서 시장에서 진가를 보여주는 업체가 바로 유퍼스트(주)(대표 이현상)다. 지난해 2월께 설립된 유퍼스트는 누구나 넥밴드라는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최소단위 고객을 시각 및 청각장애인을 설정한 유퍼스트는 장애인의 고통을 기술로써 줄이기 위한 가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목에 U자형 목걸이 모양의 넥밴드를 걸면 소리의 방향을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술이다.

린스타트업에 비춰본다면 고객을 우선 설정하고 고객의 어려움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단계에서 유퍼스트는 시장 조사만 5개월동안 진행했다. 당초 2억여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들여 구글 글래스와 유사한 시제품까지 제작했다가 곧바로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한 데는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틈새시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의 방향을 몰라 고개조차 돌릴 수 없어 소통이 되지 않는 청각장애인과 위험을 알리는 소리에도 보이지 않아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진동으로 소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꿰뚫어봤던 것.

청각 장애인에게는 사람과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고 시각 장애인에게는 사물 또는 사회와의 관계를 가깝게 해준다는 게 이 제품의 서비스 가치다.

5개월간의 고객과의 인터뷰 속에 탄생한 제품에 대해 이현상 대표는 기존의 창업방식에 대해서 경종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기술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많은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정말 쓸모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고객에 대한 인터뷰에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창업시장에서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해외시장에서는 왜(Why) 이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인지에 초첨을 맞춘다”며 “서비스나 제품을 왜 시장에 내놓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고객의 문제 해결가치이며 시장이 그토록 원하고 기다렸던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편, 유퍼스트(주)는 환경소음감지 장치를 기반으로 한 누구나 넥밴드 제품을 올해 정식 출시하며 내년에는 현 기술을 토대로 의료분야 및 레저분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 린스타트업 캠프가 열리고 있는 모습.
▲ 린스타트업 캠프가 열리고 있는 모습.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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